고인은 1933년 충청북도 보은에서 태어나 경복중학교, 청주고등학교를 거쳐 1957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1966년 민음사를 설립하고 ‘세계 시인선’, ‘오늘의 시인 총서’, ‘대우학술총서’, ‘이데아 총서’, ‘세계 문학 전집’ 등 일련의 시리즈를 비롯해 약 5,000여 종의 단행본을 펴냈다.
1976년 창간한 문학 계간지 ‘세계의 문학’은 1980년대 대한민국 문학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세계에 대한 바른 해석’에 기반을 둔 창조성을 지향한다는 취지로 만든 세계의 문학은 문학과 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성찰을 통해 한국 문학의 발전을 주도했고, 창간과 동시에 제정된 ‘오늘의 작가상’은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그 창작을 격려하는 산실로서 문단과 사회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박 회장은 ‘비인기 장르’였던 시(詩) 문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키우는 데도 이바지했다. 민음사는 1974년 ‘오늘의 시인 총서’를 중심으로 한 시리즈를 기획 출판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를 시작으로 김춘수의 ‘처용’, 천상병의 ‘주막에서’, 고은의 ‘부활’ 등 이제는 한국 시단의 거목으로 자리 잡은 젊은 시인들의 작품이 민음사의 ‘오늘의 시인 총서’를 통해 세상에 소개됐다. 1981년에는 시인이자 한국 문단의 모더니즘을 개척한 김수영을 기리기 위해 ‘김수영 전집’을 출간하고, ‘김수영 문학상’을 제정했다.
이 같은 출판계 공로를 인정받아 박 회장은 화관문화훈장,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인촌상, 서울시 문화상,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상 등을 받았으며, 제45대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위은숙씨와 상희(비룡소 대표이사), 근섭(민음사 대표이사), 상준(사이언스북스 대표이사)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4일 오전 6시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