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된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문체부 서울사무소에서 송수근 장관직무대행이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은 문화체육관광부 역사에서 ‘치욕의 해’로 기록될 듯하다. 지난 21일 ‘현직 장관 첫 구속’이라는 오명을 쓴 조윤선 전 장관을 비롯해 김종덕 전 장관, 김종 전 차관, 정관주 전 차관 등 전현직 장·차관 4명이 연이어 구속됐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협력했거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다는 혐의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최순실 무리들이 전횡할 수 있었던 데는 문체부의 관료조직이 손발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들 ‘정무직’ 외에 직업 관료 중에서 책임을 진 사람은 없다. 여전히 시한폭탄은 작동되고 있는 셈이다.
조 전 장관에 이어 문체부를 이끌 송수근 대행 직무대행(제1차관) 체제의 과제가 그만큼 막중하다. 송 직무대행은 21일 오전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문체부는 지금 다방면에서 큰 어려움에 처해있고 직원들도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기관장의 공백까지 더해지는 초유의 상황이다. 간부들이 솔선수범해 직원들의 동요를 최소화하고 주요 국정과제와 현안사업들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철저히 챙겨 달라”고 주문했다.
결국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체제가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내외의 모든 불신을 걷어내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문화계에서는 한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동안 있었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하고 공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관례 운운하면서 셀프 면죄부를 주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필요하다.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의 두려움으로 ‘부당한 상부압력’을 거부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조윤선 장관이 구속되고 굳게 닫힌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실 앞을 22일 한 직원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신뢰 회복과 동시에 정책추진 동력을 회복하는 것도 시급하다. 올해 문체부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는 그야말로 산적해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유입 정체로 관광시장이 흔들리고 중국에서는 한류 비즈니스가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으며 문화창조융합벨트 시스템 붕괴에 따른 문화콘텐츠 산업 발전방안 마련도 긴급하다. 또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적대적으로 돌아선 문화예술계와의 관계재정립이 필요하다. 당장 1년밖에 남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는 발등의 불이다.한편 문체부는 23일 오후2시 송수근 직무대행 주재로 정부세종청사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유감의 뜻과 재발 방지, 조직혁신을 약속하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