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회장
지난해말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하며 단숨에 국내 4대 패션기업으로 도약한 현대백화점그룹이 올해는 한섬을 통해 중국에 진출한다. 유통에 이어 패션제국을 꿈꾸며 거침없이 패션 보폭을 넓혀왔던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이제 국내는 물론 해외로까지 영토를 넓히며 K패션의 리더로 비상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한섬은 남성 캐주얼 브랜드 ‘시스템옴므’가 중국 항저우따샤 백화점에 첫 매장을 오픈한다고 23일 밝혔다. 한섬은 지난해 9월 현지 유명 패션유통업체인 중국 항주지항실업유한공사와 계약을 맺고 중국 진출을 준비해왔다.
항저우따샤 백화점은 중국 5대 백화점 중 하나로 항저우 지역의 대표적인 고급 백화점이다. 시스템옴므는 아르마니진, CK진 등 글로벌 브랜드기 입점한 2층 수입의류 층에 국내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자리를 잡는다. 한섬은 고급화 전략을 통해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경쟁하겠다는 계획으로, 해외 브랜드들이 주로 입점해 있는 백화점과 쇼핑몰 1~2층을 중심으로 매장을 열 예정이다. 3월에는 항저우 초대형 쇼핑몰인 항주캐리센터 1층에 지방시, 발렌티노 등 명품 브랜드와 코스, 마시모두띠 등 유명 SPA(생산·유통 일괄) 브랜드와 함께 시스템, 시스템옴므가 복합매장 형태로 입점한다.
올 상반기 중 항저우 지역에만 4개점을 연 뒤 하반기에 상하이·베이징 등 중국 대표 도시에도 6개 매장을 오픈해 올해 총 10개의 매장을 낼 계획이다. 또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 50개 이상의 유통망을 확보해 누적매출 1,500억원을 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한섬 관계자는 “시스템과 시스템옴므는 국내 뿐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며 “시스템과 시스템옴므를 시작으로 나머지 패션 브랜드들도 해외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한섬의 시스템옴므 중국 1호점 전경,/사진제공=현대백화점
업계에선 현대백화점의 패션사업 광폭 행보에 놀라워하는 모습이다. 불경기로 인해 이랜드,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등 패션 빅3가 브랜드 및 인력 구조조정에 한창인데 비해 현대백화점은 오히려 패션회사를 인수하고, 신생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몸집을 불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2012년 한섬을 인수하며 패션사업에 뛰어든 뒤 2014년 액세서리 브랜드 덱케와 2015년 현대홈쇼핑 자체 브랜드 모덴을 론칭했다. 지난해엔 19년 만에 신규 여성복 래트바이티를 내놨고, 12월에는 SK네트웍스의 패션사업부문을 3,261억원에 통째로 사들였다.
이 모든 배경엔 정지선 회장의 유통과 패션을 결합한 새로운 K패션에 대한 자신감이 베어 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일찌감치 패션을 유통에 이은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유통부문 플랫폼에 패션을 필두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실어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닦은 만큼 이제는 해외에서도 현대백화점만의 고급스런 K패션이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다는 분석이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