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트럼프 취임사가 주는 기회와 위험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지난주 금요일 전 세계인의 관심 속에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했다. 미국의 트럼프 새 대통령은 공식 취임사를 통해서 정치개혁과 사회통합을 이야기했지만 정작 취임사의 중심은 자국 일방주의 색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인프라에 대거 투자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일성과 정책변화는 과거 사례를 볼 때 글로벌 경제와 주식시장에도 많은 변화를 만들어왔다.

지난 2009년과 2013년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오바마케어와 친환경에너지 산업의 필요성과 육성 의지를 피력했다. 2009년 이후 미국 증시의 주도주는 의료서비스, 바이오·제약이었고 2013년 들어서는 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산업 관련 기업들이 주식시장을 이끌었다.


경제정책 측면에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인프라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낡은 도로·항만·교량·공항에 대한 정부와 민간투자가 진행될 것이다. 과거 미국이 소비 중심이었다면 투자 중심으로 성장 축이 이동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중간제품 기계·화학·철강 기업들 중 미국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에는 기회가 있을 수 있다.

트럼프가 강조했던 아메리카 퍼스트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미국 고립주의를 선택할 경우 보호무역 등으로 인한 부정적인 여파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주요 2개국(G2), 즉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이다. 하지만 미국 제조업의 매출도 절반 정도는 미국 외 지역에서 창출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미국이 주력으로 수출하는 항공기나 건설, 엔지니어링 서비스 등의 경우 최대 시장이 중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보호무역 강화를 걱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미국 제조업의 확대를 가정하고 기회요인을 봐야 한다. 미국이 최종소비재를 만들 때 중간재처럼 쓰일 수 있는 한국 제품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표적으로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부품들은 미국 수출 비중이 높다. 미국이 최종소비재의 생산과 판매가 증가한다면 기존 시장의 확대가 예상되며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산업이다.

우주항공과 신기술 활용을 언급했다는 점이 다소 의외일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역시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다. 미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고용창출 효과가 큰 첨단산업의 성장과 육성도 불가피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 새 정부 출범은 글로벌 증시에 기회와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기대감이 우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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