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필리핀 警 한인 살인사건, 정부ㆍ국제사회 대응해야"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발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중순 필리핀 자택에서 현지 경찰에 납치돼 경찰청사 내에서 살해된 한국인 사업가 지모(53) 씨 사건과 관련해 정부와 국제사회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인권위는 23일 성명을 내고 “이는 생명과 안전에 대한 중대한 인권 침해”라며 “한인 사업가 지모 씨와 유가족, 걱정과 불안 속에서 큰 충격을 받았을 한인 교민사회에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은 지모 씨에게 마약 관련 혐의가 있다며 가짜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지 씨를 연행해 경찰청 본부 내에서 살해했다. 이들은 지 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속여 유가족에게 약 1억9,000만원의 몸값을 요구하고 이중 1억 2,000만원을 실제로 받아 챙겼다.

지난해 6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취임 이후 필리핀 정부가 마약 단속 시 경찰관에게 즉결처분을 허용하면서 현지 언론을 비롯한 곳곳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특히 부패 경찰관들이 용의자 즉결처분권을 무고한 시민의 목숨과 재산을 빼앗는데 악용할 가능성도 있어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실제로 이 즉결처분 허용 이후 12월까지 약 6,000여명이 경찰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공권력이 보편적 인권기준을 무시한 채 생명권 등 기본적 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유엔이 강조하는 법치주의 원칙까지 무너뜨린 중대한 사안”이라며 “필리핀 공권력에 의한 살인 등 강력 범죄로 매년 필리핀에 거주하거나 방문하는 우리 국민의 생명권이 침해되고 있는 만큼 정부에 자국민 보호 강화와 필리핀 정부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외교적 대응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앞으로 필리핀 내 광범위한 생명권 침해 문제에 대해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과 아시아태평양국가인권기구포럼 등을 통해 공론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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