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삼성 마무리 뒤 타기업 수사"

법원, 최순실 체포영장 발부
유진룡 "블랙리스트 김기춘이 주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그룹의 박근혜 대통령 뇌물 제공 혐의 수사를 우선 마무리한 뒤 다른 대기업 수사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체포영장 집행 예정인 최순실씨에 대해서는 일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비리 의혹 관련 조사를 먼저 할 계획이어서 뇌물 수사는 전체적으로 일정이 뒤로 밀리게 됐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23일 “삼성 수사를 우선 마무리한 뒤 다른 대기업들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라며 “일단 삼성 관련자들을 소환할 가능성이 높고 다른 대기업들은 이후에 일정이 구체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과 대기업 수사 일정은 별개라는 입장이어서 이번주 롯데· SK 등 다른 대기업들의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삼성 수사 우선’ 방침에 따라 그 밖의 대기업 수사는 일러도 설 연휴 이후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특검은 이 부회장 영장 기각 후 최씨와 삼성 지원 관련 e메일을 주고받은 황성수 삼성전자 상무(대한승마협회 부회장)를 소환하는 등 보강수사에 나섰다. 삼성은 황 상무 조사 과정에서 최씨가 삼성에 약속된 지원금 외 추가 지원을 요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설 연휴를 전후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특검 소환에 거듭 불응한 최씨를 체포하는 방식으로 조사할 예정인 특검은 오는 26일 최씨를 불러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24·25일 재판 출석 예정인 점을 고려해서다. 법원은 이날 오후 최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이번에 청구한 체포영장의 경우 혐의가 이대 입시비리 관련 ‘업무방해’ 하나뿐이어서 뇌물수수 혐의 조사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선 이 부회장 영장 기각 사유 중 ‘뇌물 수수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가 적시됐던 만큼 최씨의 관련 조사가 늦어질수록 뇌물 수사도 그만큼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의 한 관계자는 “업무방해 혐의 체포영장 집행 후 다른 혐의로 체포할지,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정할 것”이라고 했다.

특검은 이날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폭로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유 전 장관은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나 “블랙리스트는 분명히 있었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취임한 뒤 주도했다”며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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