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모녀 사건’ 기억하시죠? 이들에게는 월세보증금이 있다는 이유로 건강보험료가 부과됐었는데요.
그동안 고소득자의 건강보험료 무임승차, 저소득자의 과중한 건보로 부담 등 건보료 부과 체계의 형평성에 대한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대적인 수술에 나서겠다고 했는데요. 오늘 보건복지부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정부안을 발표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경제산업부 이보경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이번 개편안에서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변동이 가장 큽니다. 어떻게 변한 건가요?
[기자]
2014년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동반 자살한 ‘송파 세 모녀’의 사례를 보시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송파 세모녀의 소득 건보료는 3만6,000원에서 1만3,100원으로 확 주는데요.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는 실제 경제활동 여부와 상관없이 세대 구성원의 성별과 나이, 재산, 자동차로 점수를 내서 ‘평가소득’을 추정합니다.
이 때문에 세 모녀의 경우 실제로 소득이 없었는데도 월세 보증금이 있다는 이유로 소득이 있는 것으로 간주돼 약 3만6,000원의 보험료가 부과됐습니다. 하지만 개편안에서는 ‘평가소득이 없어집니다. 따라서 최저보험료인 1만3,100원만 내면 됩니다.
[앵커]
서민들이 대출을 받아 집을 한 채 마련하면 건보료가 2~3배 급증하기 때문에 건보공단에는 해당 민원이 끊이질 않았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보험료중 하나인 재산 보험료도 축소되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내년부터 전세보증금 4,000만원 이하의 경우, 자동차 보험료는 배기량 1,600cc 이하 소형차를 탈 경우에는 재산건보료가 면제됩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와 자녀 1명을 둔 30세 남성이 연 1,500만원 정도의 수입에 4,000만원짜리 전세와 1,600cc 이하의 소형차를 가지고 있다면 현재는 약 7만9,000원의 보험료를 냅니다. 평가소득 기준으로 부과되는 소득보험료가 6만3,000원에 재산 보험료 1만2,000원, 15년 미만의 모든 자동차에 부과되는 자동차 보험료 4,000원 등을합해서입니다.
그러나 개편 이후에는 각 항목 면제 기준인 전세 보증금 4,000만원 이하, 자동차 배기량 1,600cc 이하에 해당하는 이 가구는 재산 보험료와 자동차 보험료를 모두 면제받습니다. 때문에 종합과세소득이 적용된 소득보험료 1만8,000원만 내면 됩니다.
[앵커]
직장가입자 건보료 부과 체계는 어떻게 변하나요?
[기자]
직장가입자는 월급 외 개인 재산으로 올리는 소득이 많은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커집니다.
현재는 보수 외 연간 7,200만 원이 넘는 종합과세소득이 있는 경우 보험료를 부과하는데 이 기준을 3,400만원으로 낮췄습니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3,500만원 정도지만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이 연 6,800만원이 넘는 직장인 C씨는 월 9만원의 보수 보험료만 내 왔습니다. 하지만 개편안이 시행되면 C씨는 보수 외 소득보험료 17만7,000원이 더해져 총 26만7,000원이 부과됩니다.
[앵커]
고액 재산가나 연금 소득자들이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등 건보료 체계의 문제점이 나타나는 사례들도 끊이질 않았는데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피부양자 제도도 대폭 손질한다고요?
[기자]
네, 무임승차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피부양자는 조건을 강화합니다.
현재는 연금, 금융, 근로·기타소득 4,000만 원, 재산 과표가 9억을 넘지 않으면 피부양자가 되는데요. 예를 들어 퇴직한 A씨가 연금 소득이 연 3,400만원이 넘고, 시가 7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갖고 있다 해도 일단 피부양자로 등록되면 보험료는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금융소득이나 공적연금, 근로ㆍ기타 소득 중 어느 하나가 4,000만원을 초과해야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개편안은 종합과세소득을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연 3,400만원이 넘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A씨는 소득보험료 9만1,000원과 재산 보험료 12만2,000원을 더해 총 21만3,000원의 보험료를 내야 합니다.
연금 소득이 1,900만원 정도지만 시가 11억원 상당의 재산이 있는 B씨도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데요. 재산 과표 기준을 9억원에서 5억4,000만원으로 확 내렸기 때문입니다. B씨의 보험료는 소득보험료 5만1,000원에 재산 보험료 15만1,000원을 더해 20만2,000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