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3일 오전 새누리당 초선의원들과의 회동을 위해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일기장까지 공개했다. 반 전 총장측은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7대 불가사의라고 생각한다. 유령들이 등장하는 소설에 불과하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반 전 총장 캠프에서 네거티브 대응을 담당하고 있는 박민식 전 의원은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는 100% 허위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시사저널은 반 전 총장이 지난 2005년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 20만 달러를 박연차 전 회장에게 받았으며 그 후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하던 2007년엔 3만 달러를 추가로 받았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박민식 전 의원은 일단 20만 달러 수수 의혹이 제기된 2005년 5월 3일 베트남 외교부장관 일행 환영 만찬 일정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7시로 예정돼있던 만찬에 반 전 총장과 박연차 전 회장이 한 시간 일찍 도착해 20만 달러를 주고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박민식 전 의원은 반 전 총장의 당시 일정을 상세하게 공개하며 “당일 행적을 보면 한 시간 전인 6시에 서울 한남동 공관에 도착할 수 없다. 빨라도 6시 40분~50분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실제 만찬이 예정보다 늦어서 7시 40분경 시작된 것으로 미뤄봤을 때 만찬 시작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반 전 총장이 도착한 것은 맞는 셈이 된다.
박민식 전 의원은 박연차 전 회장의 도착시간 역시 사진 분석 등을 거쳐 저녁 7시 30분 전후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이는 추정일 뿐 핵심 증거는 없는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회견에선 반 전 총장의 일기장도 공개됐다. 박민식 전 의원은 직접 일기장을 들어올려 보이며 당시 부분을 읽었다.
이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일기에 “베트남 장관이 방한해서 만찬을 주최했다. 손님 중 부산에서 사업을 하면서 베트남 명예총영사로 근무하는 사업가인 (빈 칸)를 초청했는데 이 분은 대통령의 후원자라서 그런지 태도가 불손하고 무식하기 짝이 없었다”고 적었다.
이어서 “모든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데도 공식적인 만찬에서 폭탄주를 돌리라고 강권하고 혼자 큰소리로 떠들어대는 등 분위기를 완전히 망쳐버렸다.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과 가깝다고 돌아다니니 대통령에게 큰 누가 될 것이 틀림 없다. 같이 참석한 사람들도 대통령과의 관계를 의식해서인지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아마 그들도 상당히 불쾌했었을 것이 틀림없다”고 적었다.
박민식 전 의원은 일기장에 ‘박연차’ 이름이 적혀있지 않고 빈칸인 이유에 대해 “일기를 쓸 당시 그 사람 이름을 몰랐기 때문”이라며 “20만 달러를 준 사람을 이렇게 혹평한다는 것이 상식에 맞는 것인지 잘 판단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