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보료 개편, 표심 휘둘리지 말고 서둘러 매듭지어라

보건복지부가 23일 공청회를 열고 국민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방안을 내놓았다. 소득이 없는데도 많은 보험료를 내는 취약계층의 부담을 줄이면서 무임승차해왔던 피부양자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골자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재산과 자동차 비중을 낮추는 대신 이자나 배당 같은 종합소득의 부과 비중을 높인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 개편안은 한마디로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건보료를 부담하게끔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역가입자의 성이나 나이까지 따져 복잡하게 매기던 평가소득을 내년부터 폐지하고 모든 가입자에게 똑같은 잣대를 적용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득과 상관없이 주택·자동차를 보유한다는 이유만으로 건보료 폭탄을 맞거나 회사를 그만두면 보험료가 껑충 뛰어버리는 불합리한 규정을 없애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고소득자의 무임승차분을 애꿎은 지역가입자가 떠안는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는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다만 소득 중심 체계가 정착되자면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의 정밀한 소득 파악이나 매년 9,000억~2조3,000억원씩 늘어날 보험료 손실 보전방안은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더 큰 걱정은 대선 정국과 맞물려 건보료 개편 논의가 정쟁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4년 가까이 논의만 무성했던 것도 정부와 정치권에서 이해관계자들의 표심을 의식해 결단을 내리지 못한 탓이 크다. 여야 정치권이 저마다 건보료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소득 중심이라는 대원칙에 공감하는 만큼 대선과 상관없이 서둘러 결론을 이끌어내야 한다.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말고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비단 건보료뿐만이 아니다. 대선 주자마다 한 표라도 더 얻겠다며 국가 재정을 쏟아붓는 마구잡이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어떤 정책이라도 나라 곳간 사정부터 염두에 두고 국민 앞에 내놓는 분별력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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