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새 행정부 출범 후 첫 일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우리의 이해관계를 확실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그 섬들은 공해상에 있으며 중국의 일부가 아니다”라면서 “한 국가가 점거하지 못하도록 국제적인 이익을 확실히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공식적으로 나온 첫 남중국해 관련 언급이다.
남중국해는 아시아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과 역외 균형자를 자처하는 미국의 힘이 정면 충돌하는 지점이다. 중국은 난사군도·시사군도 등 4개 군도를 포함한 ‘남해구단선’을 내세우며 남중국해 일대에 인공섬을 건설하고 군사시설을 확충해왔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며 남중국해 일대에 군함을 파견하는 등 중국의 권리를 부정하면서도 국제법적 해결을 내세워 직접적인 충돌은 피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이 오바마 행정부에 비해 강경일변도로 흐르면서 양국 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을 막고 그 섬에 접근하지 않도록 분명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군비 확충을 통한 중국 봉쇄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른바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 전략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비에 대한 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을 폐기해 현재 270여척인 군함 수를 350척으로 늘리고 육군과 해병대 병력을 대거 확충하는 등 군비를 증강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확충된 군비의 상당 부분은 중국 견제용으로 아태 지역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후보 캠프에서 외교정책을 자문한 알렉산더 그레이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해군력이 아태 지역에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약한 수준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스파이서 대변인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에 쉽게 접근해 상품과 서비스를 팔 수 있는 중국의 기업과 개인이 아주 많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중국 시장에 더 침투해야 하고 중국 시장 진입 시 받는 대우에 대한 우려가 많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대변인이 정권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민감한 남중국해와 대중 무역 문제를 거론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정책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스파이서 대변인은 구체적인 대중 정책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전되면 더 많은 정보가 있을 것”이라며 답변을 꺼렸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