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승용차의 국내 진출을 다룬 기사의 댓글에서 익숙한 브랜드를 발견하게 된다. 현대·기아차다. “아무리 그래도 ‘짱깨 차’ 타느니 현대·기아차 탄다” “중국산이라고 무시 말자. 현대·기아차도 도긴개긴 아니냐” “파업하며 돈타령하며 적당히 차 만드는 현대·기아차 귀족노조에게도 그동안의 봄날은 다 갔다”는 식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인 현대·기아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애증(愛憎)’이 묻어난다.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800만대를 판매하며 국격을 높이고 있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애정과 함께 툭하면 파업을 일삼는 노조와 국내 소비자와 해외 구매자를 차별 대우한다는 인식에 따른 반감을 엿볼 수 있다.
내수와 해외를 차별한다는 주장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차량 충돌 시험이나 옴부즈맨 행사 등으로 이러한 인식을 불식시키려 노력하지만 ‘안티’ 정서는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내수 판매가 갈수록 줄고 있는 것도 국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 판매가 내수보다 3배 이상 많은 글로벌 기업이지만 안방 소비자들의 믿음을 잃고서야 외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들의 반기업정서도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안티 정서에 대해 현대·기아차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경영진이 고객과 만나 직접 불만을 듣고 소비자 감시단인 ‘H-옴부즈맨’을 발족하고 마케팅과 상품 개발해 판매·서비스 등에 반영하고 있다. 의례적인 대고객 정책이 아니라 안티 정서를 누그러뜨리지 않고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힘들다는 절박한 인식이 깔려 있는 행보다. 중국 차까지 들어오는 마당에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이 같은 행보를 멈춰서는 안 된다. 소통을 잘하는 방법은 더 많이 소통하는 것이다.
고객 만족은 경영진만 노력한다고 얻어지지 않는다. 모든 임직원이 합심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안티를 팬으로 돌려세울 수 있다. 중국 승용차가 당장 잘 팔리지는 않을 것이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때와 같을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20년 이상이 걸렸지만 중국 차는 그보다 훨씬 짧을 것이다. 위태로워지기 전에 현대·기아차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성행경 산업부 차장 sain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