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KIC 사장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이탈한 운용역을 스카우트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다음달 전주 이전을 앞두고 인력 엑소더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KIC 입장에서 세계 3위의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에서 실력과 경험을 쌓은 운용역은 놓치기 아까운 인재들이지만 지난해 초 은성수(사진) KIC 사장 취임 이후 경력채용의 가이드라인을 정해 국민연금 운용역은 스카우트하지 않기로 했다. 2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KIC는 국민연금 운용역의 경력직 채용이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운용역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고 보고 동종 업계 상도의를 지키기로 했다. 특히 은 사장은 기금운용본부 운용역을 한 명이라도 KIC가 채용할 경우 무더기 이직을 우려해 취임 초부터 인사팀에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정해둘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5년 설립된 KIC는 2016년 12월 기준으로 기획재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과 한국은행 외화자산을 각각 675억원, 250억원 위탁받아 운용하는 기관이다. 해외에서는 국민연금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국부펀드로 해외자산에만 투자할 수 있다.
최근 KIC는 채권운용 부문의 경력직 채용공고를 내고 올해 1차 경력직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도 원자재 및 채권 계량분석, 펀드 성과 분석, 준법감시인 및 주식운용 부문 등의 경력직을 선발했다. KIC가 경력직을 선발하더라도 국민연금 운용역 입장에서 그동안에는 KIC로 옮길 유인이 전혀 없었지만 KIC는 서울에 있고 국민연금은 전주로 이전하면서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은 2015년 10명에 불과했던 기금본부 이직자가 전주 이전을 앞둔 지난해 30명으로 불었고 올 들어서도 8명이 사직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풍부한 경험을 가진 운용역의 이직을 KIC가 반길 수도 있지만 국민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운용역을 빼간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는 문제였다.
이에 KIC는 경력직 채용 가이드라인 확정과 함께 국민연금과 서로 인력을 스카우트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합의까지 맺었다. KIC의 채권운용 부문 경력직 채용도 민간으로 이직한 공석을 채우기 위한 점에서 KIC와 국민연금은 인력 이탈에 대한 지혜를 모으겠다는 입장이다.
KIC 관계자는 “국민 노후를 책임 지는 기금운용본부 운용역의 이탈을 막을 방안을 국부펀드로서 고민해야 한다”며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과 국부의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KIC는 같은 사명감을 가진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