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6>남도 맛 기행 코스=광주·목포·담양·나주

■'진수' 맛고향
담양-떡갈비·목포-낙지·나주-홍어…한정식은 20첩 반상
최고의 식자재 생산 창고, 인심은 덤…곳곳 야시장도 활기
■'성찬' 이야기
'나무의 향' 담양 죽녹원…'역사의 향' 나주 원삼국시대 고분
광주 亞문화전당·비엔날레·목포 분수쇼 '살아 숨쉬는 예향'

담양 죽녹원의 사시사철 푸르른 대나무 숲이 방문자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전라남도는 우리나라 맛의 본향으로 꼽힌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의 남도 맛 기행 코스가 지나가는 곳이다. 광주광역시에서 시작해 전남 목포시·담양군·나주시를 거친다. 전남은 맛의 본향이 될 만한 이유가 있다. 풍부한 일조량과 비옥한 땅, 깨끗한 물과 바람이 있고 여기에 바다와 갯벌까지 모두 최고의 식자재를 생산하는 창고다. ‘넉넉한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지역민들의 씀씀이도 음식을 더욱 맛깔나게 한다. 남도 맛 기행 코스를 따라가며 좋은 사람들과 더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남도 멋=전남 담양의 죽녹원은 겨울이 아닌 듯하다.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는 정겨운 맛을 준다. 담양군 한가운데 31만㎡의 울창한 대나무 숲을 자랑한다. 지난 2003년 개장했다고 하는데 10여년 동안 대나무들이 알맞게 자랐다. 대나무 체험이라고 해 ‘죽림욕’이라고 부르는 2.4㎞의 산책로가 자랑이다. 길가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중국산’ 판다도 오히려 아기자기한 멋을 준다.

이왕 나무로 시작했으니 다른 나무를 빼놓을 수 없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이 바로 그것. 국도 24호선을 타고 담양에서 순창 방면으로 가다가 만날 수 있다. 원래는 1970년대에 가로수 조성을 하면서 심기 시작했는데 40년 동안 10m 이상 훌쩍 키가 컸다. 수많은 사진과 영상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메타세쿼이아 길로 소개된 장소다. 원래는 차도였지만 지금은 차들이 우회하고 500m가량의 가로수 사이를 걸을 수 있다.

남도의 멋은 역사유적에서도 나온다. 나주에는 반남고분군이 있다. 영산강을 끼고 나주 반남면에는 40여기의 고분이 있다. 백제 시대 이전 원삼국시대의 유적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의 고분을 만들 정도였다면 당시 이 지역에 상당한 규모의 정치체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일제 때 대부분 도굴돼 유물이 적게 남아 있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빈 고분’이어서 장점도 있다. 아이들이 고분 위로 올라가 미끄럼을 타도 나무라는 사람이 없다.

소쇄원은 조선 시대 민간정원 가운데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 선비문화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포함되는 곳도 남도 맛 기행 코스에 있다. 바로 담양 소쇄원이다. 소쇄원은 조광조의 제자 양산보(1503~1557)가 만든 별서(別墅)다. 별서란 선비들이 자연에 귀의하기 위해 조성한 집과 정원을 말한다. 산과 숲의 상태를 그대로 조경 대상으로 삼아 최대한 인공적인 요소를 줄였다. 소쇄원은 조선 시대 민간정원 가운데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시대를 거슬러오면 광주시 양림동에서 역사문화마을을 만날 수 있다. 100여년 전 광주에서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변화한 곳으로 유산들이 잘 보존돼 있다. 대표적으로 기독교 문화유적, 이장우·최승효 가옥 등이 남아 있다. 목포 근대골목 투어도 추천한다. 일제가 식민지 조선을 착취하기 위해 만든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목포지점이 지금은 목포근대역사관으로 탈바꿈해 있는 것을 비롯해 일제강점기의 다양한 건물이 남아 있다.

담양 대통밥과 떡갈비가 포함된 한 상 차림이다.
◇남도 맛=남도 맛 기행 코스니 남도 음식들이 기대를 키운다. 남도 맛 기행 코스에서 추천하는 종목만 해도 대통밥·떡갈비(담양), 무등산보리밥·한정식(광주), 영산포홍어·곰탕(나주), 황태해장국·해초비빔밥·갈치조림·세발낙지·민어회(목포) 등 무궁무진하다.


담양 죽녹원을 봤으면 대통밥을 꼭 먹어야 한다. 대통밥은 대나무를 잘라 그곳에 불린 쌀, 검은콩, 밤, 대추, 은행, 잣 등을 넣고 한지로 입구를 덮은 뒤 쪄낸 밥이다. 대표적인 대나무 산지인 담양에 맞게 대나무통을 활용해 음식을 만들었다. 대통밥은 보통 3년 이상 자란 왕대의 대통을 잘라 쓴다. 최근에는 중국산 대통을 수입해 쓰기도 해 아쉽다.

남도맛기행 코스의 맛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광주한정식 한상이다.
거나하게 정찬을 즐기고 싶다면 한정식을 찾으면 된다. 특히 광주한정식이 유명한데 반상에 올라오는 반찬의 가짓수만 해도 20여가지나 된다. 하늘과 육지·바다의 재료를 골고루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 남도가 비옥한 토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겠다.

남도만의 쌉싸름한 맛을 찾는다면 나주 영산포 홍어도 좋다. 특유의 삭힌 맛으로 꺼리는 사람도 있지만 한 번 반하면 끊을 수 없는 음식이기도 하다. 전남 갯벌에서 잡히는 세발낙지를 재료로 한 낙지요리가 목포의 별미다. 이 외에도 나주의 나주곰탕, 목포의 황태해장국·갈치조림도 서민들이 즐기는 음식이 특산품이 됐다.

먹거리 하면 야시장이다. 특히 광주와 목표의 야시장이 명소다. 광주 대인야시장이 유명한데 최근 남광주 밤기차 야시장이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야시장은 주말에만 운영하니 확인해야 한다. 목포에는 지역 출신 가수의 이름을 딴 남진야시장이 있어 야행족을 유혹한다.

광주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면서 ‘예향 광주’를 재연하고 있다.
◇남도 흥=이 지역의 중심인 광주는 예로부터 ‘예향(藝鄕)’이라고 불렸다. 문화예술의 분위기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연예가에 이 지역 출신이 많은 것도 그런 영향이라면 틀리지 않을 듯하다. 수도권 중심으로 문화와 관광이 진행되면서 다소 침체된 면이 있었다. 지역민들은 ‘흥’이 살아 있는 새로운 예향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광주에는 복합문화시설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있다. 2015년 광주를 아시아의 문화 중심지로 만든다는 목표로 국가적 프로젝트에 따라 과거 전남도청이 있던 자리에 세워졌다. 대지 면적 11만㎡에 건축 면적 2만2,000㎡, 지상 4층, 지하 4층의 거대한 건물이다. 연중 다양한 전시와 공연·행사를 만난다.

계절적 행사지만 광주비엔날레를 빼놓을 수 없다. 광주비엔날레전시관·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에서 미술을 주제로 한 다양한 행사가 격년제로 열린다. 지난해 9~11월 열렸으니 오는 2018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겠다.

낮뿐 아니라 밤도 흥겹다. 야간에는 목포 상동평화공원 앞에서 ‘춤추는 바다 분수 쇼’를 즐길 수 있다. 매일 2~3회 신나는 음악에 맞춰 화려한 분수와 레이저가 연출된다. 다만 겨울철에는 공연이 중단되고 4월부터 재개된다고 하니 시간표를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목포 앞바다에서는 매일 ‘춤추는 바다분수쇼’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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