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컬처]예능의 변주…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편의점을 털어라''인생술집''뭉쳐야 뜬다' 등 비주류 소재로 인기몰이

최근 몇 년 동안 예능 프로그램을 주도한 ‘먹방’·‘쿡방’·‘여행방송’. 음식을 소재로 한 ‘쿡방’은 대체로 유명 셰프가 순식간에 맛있고 고급스러운 음식을 한 상 뚝딱 하고 차려내는 고급과 전문성에 초점이 맞춰졌었고, ‘먹방’ 또한 비슷했다. 여행을 테마로 한 ‘여행방송’은 친구끼리 떠나는 자유여행 중심이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음식과 여행의 비주류 소재로 예능의 변주가 시작됐다. ‘쿡방’에 편의점 음식이 들어오고, ‘먹방’에는 그동안 방송 부적합 소재인 술이, 여행 예능에는 패키지 여행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편의점을 털어라
편의점으로 들어간 ‘쿡방’


우선 ‘편의점을 털어라(tvN)’는 값싸게 한 끼 때우기 용 식품을 대표하던 편의점 음식을 소재로 했다. 연예인 출연자들이 편의점 음식들을 창의적으로 뒤섞어 ‘퓨전 요리’를 만드는 자신만의 과정을 선보이면 대결을 펼친다. 햄, 어묵, 라면, 만두, 도시락 등을 자신만의 레시피로 다시 만들고, 1,000원 짜리 아메리카노로 디저트까지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저성장 시대의 편의점이라는 공간의 위상도 확인된다. 불황기에 편의점 음식은 가성비 좋은 음식으로 부상했다. 가벼워진 주머니로 식당밥만큼이나 푸짐한 도시락 등이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것. 편의점은 최근 몇 년 간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는 등 ‘나홀로 성장’의 아이콘이었으며 올해 편의점 시장 매출규모는 처음으로 2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시인 최영미는 1990년대 출간한 ‘24시간 편의점’에서 “언제든 들러다오, 편리할 때 / 발길 닿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노동의 검은 기름 찌든 때 깨끗이 샤워하고/죽은 듯이 아름답게 진열대에 누운 저 물건들처럼 24시간 반짝이며 기다리고 있을게”라며 편의점을 편리한 공간으로 대신 어쩐지 쓸쓸한 공간으로 표현했는데 최근의 편의점에 대한 시선과는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인생술집
술잔 기울이는 ‘먹방’

‘인생술집(tvN)’은 방송 부적합 소재로 여겨졌던 술을 과감하게 끌어들였다. 제작진은 술집을 직장 상사에게 혼나고 거래처에서는 ‘갑질’을 당한 힘겨운 하루를 보낸 평범한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친구나 동료와 술 한잔을 기울이며 애환을 달래는 공간으로 표현했다. ‘인생술집’을 찾는 연예인들을 맞아주는 이들은 신동엽, 탁재훈, 김준현 등으로 출연자들이 사연을 털어놓을 때마다 “한잔 해”라는 말로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인생술집’ 외에도 SBS 모바일 모비딕은 ‘3차 가는 길’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역시 술집을 배경으로 음주 가무에 술 게임, 술 제조법까지 공개하는 등 보다 ‘술’에 집중한 측면이 있다.

뭉쳐야 뜬다
싸구려 편견 깬 패키지 여행

JTBC는 그동안 ‘싸구려 여행’ 혹은 노인들이나 가는 여행을 치부됐던 ‘패키지 여행’을 소재로 한 ‘패키지로 세계일주-뭉쳐야 뜬다’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뭉쳐야 뜬다’는 김용만, 김성주, 안정환, 정형돈 등이 패키지 여행객들과 패키지의 모든 일정을 함께 하는 모습을 그렸다. 실제로 이들은 가이드가 짜 준 조대로 움직이고, 관광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퀴즈를 내면 진지하게 정답을 고민하거나 컨닝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커다란 웃음을 주고 있다. 1980년대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되면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는 배낭 여행, 30대 이상에는 패키지 여행이 트렌드였다. 배낭여행은 자유여행의 한 갈래로 여전히 로망의 대상이지만, 자유여행의 일반화로 패키지 여행은 ‘저가 마케팅’아 낳은 온갖 부작용으로 인해 인식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이 아닌 적당한 가격에 떠나는 패키지 여행의 장점인 잘 짜여진 일정 등이 프로그램에 녹아나면서 패키지 여행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관심 또한 높아졌다 게 여행 업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실제로 ‘뭉쳐야 뜬다’ 첫 회에서는 태국의 방콕·파타야가 소개된 직후 관련 상품에 대한 문의가 여행사에 쇄도했다. 하나투어의 한 관계자는 “‘뭉쳐야 뜬다’의 인기와 이에 대한 파급효과는 여전히 해외여행이 낯선 시청자들에게 두려움을 해소하고 친근감을 형성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토요일 밤 9시 30분에 방송되던 ‘뭉쳐야 뜬다’는 인기에 힘입어 화요일 잠 10시50분 방송으로 편성까지 변경됐다. 변경 편성으로는 첫 방송인 지난 24일 분은 시청률이 4.2%까지 상승했다. JTBC 측은 “이 같은 높은 시청률은 주말뿐 아니라 주중에도 그리고 특정 시간과 상관없이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임을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전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