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회 슈퍼볼이 열릴 휴스턴의 NRG스타디움. /AFP연합뉴스
오는 2월6일(한국시간) 미국 휴스턴의 NRG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 슈퍼볼은 미국 스포츠 최대 행사다. 미국민의 개척정신이 투영된 ‘땅따먹기’ 방식의 미식축구는 미국 내에서는 누가 뭐래도 최고 인기 스포츠다. 그 미식축구리그의 결승전인 슈퍼볼을 미국민의 4분의3이 시청한다.
올해 슈퍼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큰 행사라는 점에서 더 관심을 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미식축구의 저돌성은 묘하게 닮았는데 공교롭게도 올해 슈퍼볼은 트럼프에 우호적인 보수성향의 폭스방송이 중계한다. 슈퍼볼 당일 식전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후 첫 인터뷰도 방송을 탄다.
51회째인 올해 슈퍼볼은 벌써 역사에 남을 만한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슈퍼볼 광고단가는 최고 550만달러(약 63억7,000만원)까지 찍을 것으로 보인다. 포춘은 “550만달러라면 슈퍼볼 광고단가는 2010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라고 보도했다. 30초짜리 광고단가가 63억원이니 기업들은 자사 홍보를 위해 1초에 2억1,000만원을 중계사에 바치는 셈이다. 그러나 시청자 수가 ‘기본 1억명’이다 보니 슈퍼볼 광고시장은 불황을 모른다. 슈퍼볼은 경기하는 시간만 따지면 60분밖에 안 된다. 광고가 40분 이상이다. 2014년 800만달러를 투자해 재규어 광고에 맞불을 놓았던 기아자동차는 올해도 현대차와 함께 슈퍼볼에 참여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를 홍보한다. 휴스턴시는 “슈퍼볼 관람객들이 숙식 등에 쓰는 돈은 휴스턴에 최소 3억5,000만달러(약 4,040억원)의 수입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슈퍼볼 역대 최다 시청자 수는 2015년의 1억1,400만명이다. 스포츠를 넘어 미국 TV 사상 최다 시청 프로그램으로 기록됐다. 예년과 달리 끝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접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시애틀 시호크스에 28대24로 역전승했는데 NFL 최고 스타 톰 브래디(40)가 종료 2분 전 역전 터치다운 패스에 성공했다. 세계적인 모델 지젤 번천의 남편으로도 잘 알려진 그 브래디가 2년 만에 다시 슈퍼볼 무대에 선다. 이번에도 우승이면 개인 통산 5번째 반지를 얻어 역대 최다 슈퍼볼 우승선수로 수비수 찰스 헤일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또 2015년에 이어 올해도 슈퍼볼 최우수선수(MVP)로 뽑힌다면 4회 수상으로 신기록을 쓴다. 올 시즌 ‘미친 공격력’으로 무장, 19년 만에 슈퍼볼을 밟은 애틀랜타 팰컨스가 뉴잉글랜드의 상대다. 애틀랜타에는 정규시즌 MVP가 유력한 맷 라이언이 버티고 있어 브래디와의 야전사령관(쿼터백) 전쟁으로 더 흥미를 끈다. 폭스방송이 내심 최다 시청자 수 경신을 기대하는 이유다.
브래디는 의심의 여지 없는 미국 프로스포츠의 간판스타지만 2015년의 ‘디플레이트 게이트’는 커다란 흠집으로 남아있다. 그해 1월 뉴잉글랜드는 경기를 유리하게 풀기 위해 공기압이 기준치보다 낮은 공을 고의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스캔들의 중심에 있던 브래디는 올 시즌 4경기 출전정지(NFL 팀당 경기 수는 16경기)를 받고도 팀을 슈퍼볼로 안내했다. 브래디는 징계가 가혹하다며 로저 구델 NFL 커미셔너와 법적 다툼까지 벌였던 터라 슈퍼볼 시상식에서 있을지 모를 두 사람의 어색한 재회도 팬들 사이에 장외 관전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브래디가 트럼프와 격의 없이 직접 통화할 정도로 친하다는 것도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