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위숙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장이 지난 25일 도서관 2층에서 열리고 있는 ‘프랑스 그림책전’에서 1m 크기의 그림책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건강한 도서관으로 거듭나게 돼 마음이 편안합니다. 아이들이 읽기·생각하기·쓰기 등의 공부하는 기본자세를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나가겠습니다.”개관 10년 만에 내진보강 공사를 포함한 리모델링(지상 4~지하 1층)을 마치고 최근 재개관한 서울 강남구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국어청)의 여위숙 관장은 올해 새로운 사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는 “개관 당시에도 건물이 노화해 보수공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경주 지진으로 더욱 걱정이 됐다”면서 “이제는 안심하고 아이들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돼 마음이 든든하다. 더 좋은 프로그램 개발에 전념하겠다”고 설명했다.
재개관에 맞춰 새로 단장한 공간으로 지하 1층 그림책방이 눈에 띈다. 어린이와 청소년 관련 출판사·작가들이 강연이나 저자 사인회 등을 무료로 할 수 있도록 꾸몄다.
여 관장은 두 달여에 걸친 공사로 연기된 ‘프랑스 그림책전’을 지난 17일 오픈했으며 예술가들과 협업해 도서관 이야기전을 오는 4월 개최할 예정이다. ‘예술가들이 어떻게 도서관에서 활동하게 됐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순간 여 관장은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그림책이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을 받고 있다”면서 “그동안 국어청도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일러스트 작가, 화가, 손글씨 전문가(캘리그래퍼) 등과 작업을 꾸준하게 해왔다”고 차분히 소개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에게 높은 성적을 내는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생각하는 힘을 키워줘야 한다”면서 “도서관은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만지고, 읽고 직접 손으로 써볼 수 있는 다양한 놀이로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06년 개관한 국어청은 전국에 유일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국립도서관으로 국립중앙도서관의 분원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대표 도서관으로 전국의 공공도서관에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독서 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과 사서들의 역량 강화 등을 위한 사업을 하고 있다.
체험학습에 방점을 찍고 있는 여 관장은 지난해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여럿 시도했다. 창립 10주년을 맞아 2006년생 아이들 10명이 직접 그리고 쓴 그림책 ‘사람들이 모두 잠자는 밤중이었습니다’를 발간하고 노란 앞치마를 두르고 형이나 언니가 책을 읽어주는 ‘책 읽어주세요’ 캠페인을 진행했다. 동전을 모아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 정가의 10%를 할인해주는 ‘책 저금통’ 30만개를 전국 도서관과 서점에서 나눠주는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는 “국어청은 국내 어린이와 청소년 도서관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전국의 공공도서관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과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가야 한다”면서 “일례로 ‘책 읽어주세요’ 캠페인은 부모나 사서교사가 아닌 형이나 언니가 노란 앞치마를 입고 아이에게 직접 책을 읽어준다”면서 “아이에게 가장 훌륭한 멘토는 나이차이가 적은 형이나 언니가 제격이기 때문에 책 읽어주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배우게 된다. 지난해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에서도 호평을 받았다”고 유사 프로그램과의 차이를 차분히 소개했다.
국어청은 주한 외국대사관이나 문화원이 탐내는 문화교류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자국의 어린이 책을 매개로 문화와 예술을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어서다. 올해는 프랑스 그림책전에 이어 터키대사관과 공동으로 여행을 주제로 문화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세계의 그림책을 볼 수 있으며 각 나라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 대사관과 도서관이 윈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 아이들이 책을 매개로 공부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세계의 문화와 예술을 도서관에서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