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설 맞는 한복시장 “새해엔 한복 자주 입는 대통령 봤으면”

설 앞둔 서울 광장시장 한복관, 전년보다 매출 30% 하락
“최순실 사태로 이미지 타격…새 대통령은 한복 홍보해주길”



25일 오전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서울 광장시장 한복주단부. 설을 사흘 앞두고 예전같으면 손님으로 붐볐을 가게 사이사이 골목이 텅 비어있다. /양사록기자
“지난해 한복업계는 최악의 불황이었어요. 새해에는 훌륭한 대통령이 우리 한복을 자주 입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설 명절 연휴 시작을 이틀 앞둔 25일 찾은 서울 광장시장 건물 2층 주단·한복부. 단일 한복 시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이곳에 들어서자 넋을 놓을 정도로 아름다운 빛을 뽐내는 판매대에 걸려 있는 갖가지 색의 한복과 정적만이 가득한 가게 사이 통로가 한 눈에 대비돼 들어왔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설을 앞두면 설빔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광장시장이지만 이날은 건물 전체에 손님이라곤 한복 구경에 나선 중국인 관광객 1팀뿐이었다.


광장시장에서 한복을 취급한 지 50년이 된 양성식(72) 청주주단 사장은 “설 대목 같은 건 옛말이고, 이제는 하루 종일 손님 보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창 때 한복을 팔아 두 딸을 대학 보내고 결혼까지 시킨 양 씨는 “1주일에 1벌 팔면 잘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복을 만드는 사업체수와 종사자수, 판매액은 매년 빠르게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각각 3,646개, 5,202명이었던 한복제조업체와 한복제조업 종사자수는 2014년에는 3,054개, 4,478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한 한복가게 주인은 “가끔 한복을 입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고, 최순실씨의 태블릿 PC에서 전통한복의 5가지 색을 의미하는 오방색이 칠해진 오방낭 사진이 등장하면서 한복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줬다”고 호소했다. 김은자(61) 청담 사장도 “한복이 어려운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올해 매출은 전년 설 명절 직전과 비교해도 20~30% 줄었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서울 광장시장 한복·주단부. 중국인 관광객 한 팀만 가게를 둘러보고 있을 뿐 가게에는 상담하는 손님조차 없다. /양사록기자
대부분이 70~80대인 광장시장의 상인들은 나이 때문에 새 일자리를 구하지도 못하고 자식에게 가게를 물려주지도 못한 채 손해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지만, 설 명절을 앞둔 상인들의 새해 소망은 한복이 다시 국민들의 사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상인들은 특히 대선이 있는 올해엔 한복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진 정치지도자가 나타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광장시장 최대 한복 도매점인 남강실크의 김성권 상무(61)는 “한복 시장이 살아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사회지도층이 한복을 자주 입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새해에는 한복을 사랑하고 자주 입는 훌륭한 대통령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표/한복업계 현황(단위:개,명)

연도 사업체 종사자
2011 3,646 5,202
2012 3,458 4,971
2013 3,260 4,605
2014 3,054 4,478
*자료: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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