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돈 풀며 금리올린 中 인민은행의 속뜻

홍병문 베이징특파원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중국 음력설)를 앞두고 중국 인민은행이 최근 아주 미묘한 결정을 내렸다.

22개 금융기관의 6~12개월짜리 중기유동성창구(MLF)에 2,455억위안(42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오히려 이 MLF 6개월물과 1년물의 대출금리는 각각 10bp(1bp=0.01%포인트)씩 인상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MLF 1년물 금리는 3%에서 3.1%로, 6개월물 금리는 2.85%에서 2.95%로 올랐다.

한쪽에서는 춘제 자금시장의 숨통을 열어준다며 6~12개월짜리 금융기관 대출로 시중에 돈을 대거 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 MLF 금리를 올려 시중 자금을 흡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서로 다른 방향성을 의미하는 이 결정을 내린 인민은행의 속뜻이 무엇인지를 놓고 금융시장은 다소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자금 수요가 많은 춘제를 앞두고 돈 보따리를 푸는 것은 매년 인민은행의 연례행사다. 지난해 춘제 때에도 인민은행은 MLF로 1,630억위안의 자금을 공급했고 MLF 금리도 0.25%포인트 내리면서 시중 유동성 확대 의지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인민은행이 춘제 자금을 방출하면서 중기유동성 금리를 오히려 인상한 점에 더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중국 금융권에서는 올해 통화 정책이 적어도 지난해보다는 빠듯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힘을 싣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춘제를 앞두고 MLF 금리를 올린 것은 인민은행이 시장에 뚜렷하게 긴축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부에서는 지난 2011년 이후 하락했던 중국의 기준금리가 방향성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2011년 7월 3.5%였던 중국의 예금기준 금리는 2015년 10월 1.5%까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경기 둔화 우려에 오히려 추가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고는 했지만 이제는 달라진 분위기가 역력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같은 홍콩 언론은 중국의 통화 정책이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긴축 암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제는 완벽하게 명시적인 긴축 신호를 내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소한 더 이상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없으며 앞으로는 기준금리 인상의 시점만 고민하면 된다는 뜻을 시장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민은행의 이 같은 신호에 시장은 그리 편치 않아 보인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가뜩이나 과도한 부채 리스크에 시달리는 중국 경제가 큰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성장률에 보루로 작용하고 있는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중국 당국의 금리 인상과 맞물리면 6.5% 이하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당국이 설정한 2016~2020년 장기 성장률 목표 구간(6.5~7.0%)의 마지노선조차 위협받을 수 있다. 당연히 그 결과는 중국 경제의 타격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경기 부양과 거품 붕괴 위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중국 금융 당국자의 힘겨운 모습을 ‘타이거 맘’이라는 애칭으로 표현하고 있다. 경기 냉각을 막기 위해 국유은행을 통해 시중에 대거 자금을 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과도한 유동성의 부작용인 거품 붕괴를 억제하기 위해 묘수를 짜내야 하는 눈물겨운 노력을 빗댄 표현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 당국이 경제 둔화 위험을 감내하면서도 자금시장을 조여 나가겠다고 내린 판단이 미국의 통화 정책과 방향성을 맞추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중국 경제의 상수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던 중국 당국자들은 이제는 적어도 미국 금리 정책을 적어도 하나의 변수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의 대중 강경 통상 정책에 대해 중국 당국자들은 한편으로는 우려하면서도 결코 중국 경제를 압박하는 결정적인 상수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인민은행이 내놓은 MLF 금리 인상을 보면 중국 지도부의 대미 통상 정책에도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팽팽한 통상무역 기 싸움의 결과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인민은행의 고심 끝 한 수는 적어도 중국 지도부의 대미 통상 정책 방향을 추론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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