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연구자들이 쥐(rat)의 몸속에서 생쥐(mouse)의 췌장을 키운 뒤 인슐린 등을 만드는 췌장 도(島)세포들을 당뇨병 생쥐에게 이식, 병을 고치는 데 성공했다.
당뇨병 생쥐들은 이식 후 5일동안만 면역억제제를 투여하고 끊었는데 면역거부반응 없이 1년 넘게 생존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일본 도쿄대의 공동 연구팀은 25일(현지 시각) 이 같은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을 저명한 국제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자신의 췌장을 만들 수 없도록 유전자 조작한 쥐의 배반포 배아에 어떤 장기로도 분화할 수 있는 생쥐의 만능 줄기세포(PSC)를 넣어준 뒤 암컷 쥐의 자궁에 착상시켰다. 생쥐의 췌장을 가진 쥐가 성장하자 100여개의 췌장 도세포들이 뭉쳐져 있는 부분을 떼어내 당뇨병 생쥐에 이식했다.
시간이 지나자 당뇨병 생쥐들의 혈당이 조절되기 시작해 1년 넘게 정상적으로 유지됐다. 췌장 도세포는 작은 섬들이 모여 있는 것처럼 군집을 이루고 있으며 알파세포에선 혈당을 높여주는 글루카곤을, 베타세포에선 혈당을 낮춰주는 인슐린을 분비한다. 췌도(膵島)세포, 췌장 소도(小島)세포 혹은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랑게르한스 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종(異種) 간 이식이었지만 면역 거부반응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쥐와 생쥐는 사람과 원숭이·침팬지 만큼이나 유전적 차이가 크다.
나카우치 히로미츠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는 “생쥐에 이식한 췌장 도세포가 쥐 세포에 오염돼 있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을 우려해 이식 후 5일 간 면역억제제를 투여한 뒤 끊었다”며 “10개월 뒤 췌장 도세포에 쥐의 세포가 남아 있는 지 면밀하게 조사했지만 생쥐의 면역계가 이를 제거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나카우치 교수는 “이는 같은 방식으로 동물 몸속에서 자란 인간 장기·세포를 인간에게 이식할 때도 같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종양을 포함한 어떤 비정상적 징후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도쿄대 야마구치 토모유키 부교수와 사토 히데유키 연구원, 나카우치 스탠포드대 의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이종 간 동물실험을 통해 신장, 간, 폐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원숭이·돼지·양 등의 몸에서 사람 장기·세포를 키워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미래가 한발 더 가까워진 셈이다. 하지만 인간 줄기세포를 동물 배아에 이식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논란도 여전한 실정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