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 항공물류 허브 꿈꾸는 인천공항

최정호 국토교통부 2차관





인천국제공항의 지난해 국제항공물동량이 지난 2001년 개항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감소일로였던 환적 화물 처리량도 5년 만에 다시 늘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공항에 내줬던 국제화물처리실적 2위 자리도 재탈환할 것으로 예상된다니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인천공항은 우리나라 국제항공화물의 99%를 처리하는 대표 수출입기지다. 지난해 처리량은 271만톤으로 물량 기준으로는 전체수출입의 약 0.3%에 불과하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23%에 달한다. 반도체·스마트폰 등 크기는 작아도 가격은 비싼 기술집약적·고부가가치 제품이 주로 운송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은 개항 이후부터 화물터미널·물류단지 등 인프라 조성과 함께 항공 네트워크 및 통관시스템 구축 등 물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화물수요 성장세는 주춤한 반면 중국·홍콩·UAE 등에서 공격적으로 공항시설을 확충하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오는 2019년 개항 예정인 베이징 다싱 신공항은 연간 200만톤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이고 상하이 푸둥 공항은 2020년까지 연간 400만톤 규모로 확장된다. 이렇게 되면 인천 환적을 거쳐 운송되던 중국 수출입 화물 중 일부가 중국 직항노선으로 전환돼 인천공항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정부도 지난해 12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인천공항 항공물류 경쟁력 강화방안’을 수립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인프라 투자와 프로세스 개선으로 2020년까지 국제항공물동량을 연간 300만톤 수준으로 늘려 내수물량이 많은 중국은 물론 유럽의 환적 수요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중동 공항과 경쟁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당장 올해 초부터 32만㎡ 규모의 3단계 물류단지 신규 조성이 시작된다. 이곳에는 대형 물류·제조기업 등 기존 입주 기업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전자상거래 물류센터, 글로벌 기업 배송센터와 중소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신선화물 전용 처리시설 조성, 전자상거래 역직구 수출 지원을 위한 항공운송 서비스 시범사업 등 항공물류 트렌드 변화에 대응한 차별화 전략과 수출입 화물 처리시간 단축을 위한 프로세스 개선 작업도 이뤄진다.

또한 페덱스·DHL 등 글로벌 특송항공사 전용 화물터미널을 신·증설해 화물처리 용량을 확대하고 주로 중국에서 처리하고 있는 글로벌 환적 수요를 인천공항으로 끌어올 예정이다. 화물 네트워크 확대, 글로벌 배송센터 유치 및 환적 인센티브 강화를 통해 최고 수준의 비즈니스 환경도 제공할 계획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교통기반시설 투자를 중시한 로마제국은 600년 이상 세계를 지배했다. 역사적으로 물류는 곧 국력 신장의 토대였다. 더욱이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 물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앞으로도 정부는 인천공항에서 더 많은 물건이 더 많은 곳에, 더 저렴하고 신속하게 운송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유년이 마무리될 즈음에는 인천공항이 동북아 항공물류 허브를 넘어 세계 하늘길의 중심에 한 걸음 더 다가서 있기를 소망한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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