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합작해 지난해 10월 준공한 현대케미칼 대산 공장 전경. 원유의 일종인 초경질유를 정제해 나프타 등을 생산한다. /서일범기자
“시행착오는 용납할 수 없다. 우린 한방에 간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6대4로 합작해 지난해 10월 말 충남 서산시 대산공단에 준공한 현대케미칼 공장. 원유의 일종인 초경질유(콘덴세이트)를 정제하는 이 공장에 이번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던 문종박(사진)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방문했다.
문 사장은 이 자리에서 현대케미칼 임직원들에게 ‘원샷 스타트업(One Shot Start Up)’을 구호로 내걸었다. 철저한 사전준비로 시행착오 없이 공장을 가동하자는 결연한 의지를 다진 것이다.
국내외 석유화학 공장들이 준공 이후에도 크고 작은 문제로 6개월 이상 생산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구호였다.
현대케미칼의 ‘원샷’ 실험은 어떤 결과를 냈을까.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5일 가동 석 달째인 현대케미칼 대산 공장을 방문했다. 현대케미칼이 언론에 공장 문을 개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장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높이 70m의 촉매재생공정(CCR) 타워에 오르자 하얀 증기를 내뿜는 생산시설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공장은 하루 13만톤의 콘덴세이트를 정제해 유화업계 기초원료인 나프타와 혼합자일렌(MX)을 각각 연간 100만톤, 120만톤씩 생산한다. 경유와 항공유 같은 석유제품도 하루에 5만배럴가량 생산된다.
정임주 현대케미칼 생산부문장(상무)은 “정유공장은 사람의 신체와 같아서 가동 이후 적어도 1년 동안은 한시도 방심할 수 없다”며 “그래도 석유화학 공장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잘 돌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케미칼이 기분 좋은 출발에 성공하면서 정유사와 석유화학 회사 간 협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케미칼은 정유사(현대오일뱅크)와 석유화학 회사(롯데케미칼)의 합작법인으로 국내에서 정유·화학사가 손을 맞잡은 첫 사례였다.
현대케미칼에서 생산된 MX는 현대오일뱅크 자회사인 현대코스모와 롯데케미칼에 공급돼 양사 모두 원료조달의 불확실성을 덜 수 있게 됐다. 현대오일뱅크는 또한 ‘원유→MX→벤젠·톨루엔·자일렌(BTX)’으로 이어지는 석유 아로마틱 사업의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었다. BTX는 폴리에스테르 섬유나 페트병(PET) 등의 생산에 쓰이는데 원료를 자체 조달하면 그만큼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합작공장 건설로 양사가 ‘윈윈’하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 정제마진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비(非)정유사업 부문에서 합작을 통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산=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