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 안 그래도 난 벌써 여행을 준비 중이지 ㅋㅋ 2시간이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갈 수 있거든.
현주: 그으래? 지난번 러시아 맛집 투어 나왔던 방송도 인상적이었는데 꼭 가보도록 해! 우리 사무실 선배는 지난 가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유명한 ‘해적커피’ 마셨다며 얼마나 자랑을 했는데?
서경: 여행뿐만 아니야. 요즘 러시아 투자하는 분들도 주변에 늘고 있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후엔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져서라고 하던데? 이런 소식을 듣고는 러시아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는 동료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니까.
현주: 요즘은 투자도 해외 직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 같아. 고등학교 단짝 친구가 지난 연말 동유럽 국가들에 투자했다고 해서 나도 엄청 놀랐거든. 그 친구 말이 업무 때문에 시장 조사를 하다가 동유럽 국가들의 평균 실질 GDP가 EU 평균보다 높아서 투자를 시작하게 됐다는 거야. 물론 오래 기다리겠다는 생각이지만 그래도 해외에 관심을 갖는 걸 보면 요즘 우리 세대가 글로벌 세대라는 말이 맞긴 한 것 같아. 전문가들은 이런 투자를 ‘역발상 투자’라고 하던데 말이야.
서경: 오훗! 그래? 그럼, 이 참에 우리도 ‘역발상 투자’ 한번 해 볼까?
‘역발상 투자’는 비관론이 확산될 때 투자하고, 낙관론이 팽배할 때 이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뜻한다. 즉, 가격이 시장 참여자 다수가 예상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는 가정에 기반을 둔 전략으로, 시장의 주류와 반대로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낸다는 뜻이다.
이는 가치투자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가치투자는 내재가치 대비 할인된 주식, 즉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을 보유한 주식에 투자를 한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시장이 비이성적인 공포에 휘말릴 때 안전마진을 보유한 주식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우의 개들(Dogs of the Dow)
역발상 투자 및 가치투자의 교차점에 있는, 가장 대표적이면서 단순한 전략으로 ‘다우의 개들(Dogs of the Dow)’을 꼽을 수 있다. 전략은 단순하다. 다우존스 지수에 편입된 저평가 종목을 매수해 1년간 보유하는 전략이다. 저평가 종목의 기준은 배당수익률 하나만 사용한다. 다우지수에 포함된 30개 종목 중 배당 수익률이 높은 10개 종목을 연초에 매수한 후 연말까지 보유하는 것이 전략의 전부다.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던 시장은 어디에 있을까
비슷한 관점에서 PER과 PBR을 이용해 글로벌 주요 증시의 상대 밸류에이션을 체크해보니, 주요시장 가운데 독일, 일본, 한국, 러시아, 싱가폴, 폴란드 등 6개국이 눈에 들어온다. (러시아의 경우 2016년 한해 동안은 좋은 성과를 보였지만, 상대 밸류에이션은 과거 대비 크게 낮은 편이다)
만약 이러한 시장의 저평가 요인들의 해소를 예상할 수 있다면, 우리는 안전마진에 기대 단기 변동에 상관없이 장기적으로 마음 편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역발상 투자를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저평가 요인들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먼저 고민하고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해소되고 있는지 또는 해소될 가능성이 높은지, 아니면 더 악화되고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출처=삼성증권
#저평가 시장의 공통적인 요인은 교역 부진, 저유가, 저금리
6개국 증시의 저평가 요인을 살펴보면, 중복되는 단어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출부진, 저유가, 금융 업종의 부진이 그것이다.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교역이 위축됐고, 이런 환경이 상대적으로 교역 의존도가 높은 독일, 일본, 한국, 싱가폴 증시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저유가 장기화는 러시아, 폴란드 등 에너지 업종이 높은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마지막으로 금리 하락은 금융 업종에 부정적 요인이었다. 금융 업종 비중이 높은 싱가폴, 폴란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2017년 가장 주목해야 할 환경 변화로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 개선을 꼽을 수 있다. 신흥국 경기가 안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고, 선진국 경기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순환적 반등세가 나타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실로 오랜만에 신흥국과 선진국 경기가 동반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흐름은 6개 국가 증시에 대한 저평가 요인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는 변화로, 경기 개선이 가시화될 경우 글로벌 교역은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기 때문에 수출 부진의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던 증시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물가 상승 기대는 원자재 수출국에 유리한 환경이다. 원자재 생산 관련 투자는 수년간 축소되며 공급 조정을 심화시켰고,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원자재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에 소득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과거 경기가 개선되고 인플레 기대로 금리가 상승하던 시기에는 대체로 원자재 수출국 증시 성과가 양호했다. 또한, 금리 상승 기조에 따른 할인율 상승은 밸류에이션이 높은 성장주보다는 가치주에 우호적인 환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금리 상승에 따라 마진이 개선될 수 있는 금융 업종의 비중이 높은 증시가 유망할 전망이다.
#국가 고유의 디스카운트 요인 해소 가능성은?
저평가 해소 여부의 판단을 위해서는 각 증시 고유의 요인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개별 요인의 영향이 지속된다면 재평가 폭이 제한될 것이기 때문이다. 싱가폴, 한국, 러시아, 폴란드의 4개국은 개별적 요인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싱가폴의 경우 부동산 시장 부진이 금융주 회복에 부담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싱가폴 주택가격은 규제로 인해 2016년 3?4분기까지 12분기 연속 하락한 상황이다. 그러나 은행 수익성 하락 요인이 주택대출보다는 기업대출에 기인했던 만큼 대외 부문 개선 및 금리 상승으로 충분히 금융 업종에 우호적인 환경이 될 전망이다. 특히 1991년 동유럽의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 4개 국가가 자본주의 시작과 함께 상호협력을 위한 지역협력체 ‘비세그라드 그룹’(V4)를 결성한 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04년 EU가입 이후 V4의 평균 실질 GDP는 EU 평균의 2배를 웃돌고 있다.
한국은 지난 3?4분기 이후 일회성 이벤트로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이 나타났으나 점차 개선되고 있는 분위기다. 불확실성 해소로 이익 개선에 대한 가시성이 확보됐다는 얘기다. 러시아와 폴란드는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대외건전성 개선에 따라 향후 안정세를 보일 것이다. 실질실효환율을 기준으로 보면 큰 폭의 저평가 상태였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하락하더라도 그 폭은 크지 않아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 /도움말=최석원 삼성증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