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백화점 내 한산한 의류코너 전경. 경기침체의 여파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꽁꽁 얼었다. /서울경제 DB
우리나라 일자리 10곳 중 4곳은 가계소비의 영향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가계의 소비심리가 추락하는 것이 가뜩이나 우려되는 실업 문제를 키울 것으로 우려된다.
30일 한국은행의 2014년 산업연관표에서 ‘최종수요 항목별 취업유발인원 구성비’를 보면 소비가 전체 취업자의 54.9%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이 창출한 취업자는 25.9%이고 투자는 19.3%다. 취업유발계수도 소비가 15.2명으로 가장 높고 투자는 13.2명, 수출은 8.1명으로 나타났다. 취업유발계수는 10억원 상당의 재화나 서비스가 만들어질 때 직·간접으로 창출되는 일자리 수를 가리킨다. 한국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고용 측면에서는 소비가 취업자의 절반 이상을 창출할 정도로 기여도가 큰 셈이다.
특히 가계 소비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컸다. 민간소비를 의미하는 가계 및 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의 소비가 취업자의 40.5%를 창출했다. 이는 정부 소비지출(14.3%)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 등 민간소비에는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 지출이 많고 수출은 고용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상품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4년 기준 문화 및 기타서비스(24.5명),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19.2명), 교육서비스(18.1명) 분야의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반면, 전기 및 전자기기(5.3명), 화학제품(6.3명), 금속제품(8.1명), 석탄 및 석유제품(1.9명)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소비의 높은 고용창출능력을 고려하면 최근 위축된 가계의 소비심리는 우려스럽다.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3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5.0)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비자 심리지수가 100 이상이면, 앞으로 경기나 수입 등이 개선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고, 100 미만이면 반대로 어려워 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는 뜻이다. 수출 회복에도 불구하고 가계가 지갑을 닫게 되면 고용은 개선되기 힘들다.
한은은 지난 13일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2.5%로 전망,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춰 잡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소비심리가 악화 되고 있다”며 “소비심리 회복이 경제 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