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낭만닥터 김사부' 진경, 배우의 '낭만'에 대해 말하다

2011년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널리 알린 진경은 그 이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멜로, 코믹, 액션 등 장르를 막론하고 언제나 주어진 역할을 맞춤 옷 입은 것처럼 소화했기에 수많은 제작자들의 러브콜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최근 종영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 역시 다르지 않았다. ‘돌담병원’이라는 지방의 한 병원을 중심으로 ‘낭만닥터’ 김사부와 그 주변 사람들을 통해 ‘직업’과 ‘사람’이라는 가치를 떠올리게 하는 메디컬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진경은 타이틀롤인 김사부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자 의료인으로서 동등한 위치에 서서 극의 중심을 잡는 간호부장 오명심 역을 맡았다.

배우 진경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
특히, 자신의 확고한 직업의식을 바탕으로 ‘리틀 김사부’ 혹은 ‘여자 김사부’로서의 카리스마를 발산한 진경의 연기에 힘을 실어주듯 강은경 작가는 일반적인 엔딩이 아닌 김사부와 오명심의 첫 만남을 에필로그 식으로 풀어내며 드라마를 마무리 지었다.

“마지막을 얻은 거면 다 얻은 거라고 주변에서 좋아하시더라고요”라고 너스레를 떤 진경은 “직업정신이 투철한 두 사람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신이 마지막이 됐다는 점에서 작가님이 이 드라마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게 뭐였는지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어요”라며 “기분 정말 좋았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작가가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만큼 진경은 이전 작품과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작품을 대했다. 대본에 깊이 파고들며 캐릭터의 새로운 면을 찾아내던 ‘보물찾기’의 과정이 필요 없을 만큼 이번 ‘오명심’이라는 캐릭터는 너무도 명확했던 것. 이로 인해 배우 개인으로서의 욕심 역시 ‘함께’라는 이름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연기의 기교적인 면보다 다같이 손에 손을 잡고 한 발 한 발 맞춰가는 느낌이었어요. 단 한순간도 내가 개인적으로 무엇을 더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죠.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공공선을 향한 도약들’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로서 또 다른 체험이었고 조금 더 겸손해질 수 있었죠”

진경의 이런 마음처럼 ‘낭만닥터 김사부’ 촬영현장은 선배 한석규부터 신예 양세종, 김민재까지 선후배의 격 없이 누가 넘어지면 손을 잡아주고 힘이 들면 다가가 위로하며 오로지 극을 위해 한데로 뭉쳤다. 배우들 모두 ‘이런 현장이 또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배우 진경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
‘홍어 없는 삼합’이라고 표현할 만큼 완벽한 호흡을 가능케 한 1등 공신은 단연 유인식 감독과 이길복 촬영감독이었다. 특히 진경은 ‘경이로움’이라는 단어로 유인식 감독에 대한 존경을 드러냈다. ‘이걸 어떻게 이렇게 붙여놨을까?’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연출로서의 능력 뿐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단숨에 진경을 사로잡았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너무나 힘든 과제들이 산적해있는 촬영장이었지만, 힘든 일을 척척 해내는 똘똘이 스머프 같았죠. 바쁜 와중에도 매순간 어떻게 새롭게 표현해낼까를 연구하시는 모습에서 장인정신이 느껴질 정도였어요. 또 배우 한 사람 한 사람 컨디션을 생각해주시고, 최대한 밤샘 촬영을 줄이려고 노력해주셨죠. 유인식 감독님에게는 매순간 실력자로서도 인간적으로서도 감탄의 연속이었어요. 배우로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 주신 분이에요”

‘낭만닥터 김사부’의 성공에서 김사부 역을 맡은 한석규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끊임없이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한석규의 모습은 진경에게 배우로서 또 한 번의 자극이 됨은 물론 극중 ‘오명심’으로서도 남다른 케미를 발산했다. 그 가운데 메르스 에피소드 당시 문 사이를 두고 눈빛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모습은 순간 ‘멜로 장르’로 착각이 들만큼 애절했다.

“그 장면은 정말 극한 상황에서 김사부가 나타났을 때 뭔가 동아줄 하나 잡은 것 같은 마음으로 연기했는데 방송보고 저도 놀랐어요. 그런데 오명심이 김사부를 좋아하지 말란 법은 없지 않나요? 그렇게 멋있고 존경할만한 의사라면 짝사랑 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물론 그것이 모두 승화된 전문인 간의 만남이었지만, 오해하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더라고요. 한석규 선배님 눈빛이 워낙 따뜻해서 그런 것 같아요”

배우 진경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
한편, ‘낭만닥터 김사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모르고 산다’고 말하는 메시지는 직접 인물을 연기한 진경에게도 다시 한 번 ‘배우’로서의 직업의식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진경은 “어느 순간부터 일에 일이 꼬리를 물다보니 내가 무엇을 위해서 연기를 하고 있는지 방향성을 잃어버렸던 것 같아요”라며 “‘낭만닥터 김사부’는 잊어버리고 있던 부분을 다시 일깨워줬던 것 같아요. 잠시 한숨 돌리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앞으로의 연기 방향을 생각해 보려고요”라고 전하며 생각을 밝혔다.

그렇다면 진경이 생각하는 ‘배우’라는 직업은 어떤 의미일까. “앞으로 어떤 인물을 만날까. 그 생각에 갑자기 몇 초간 확 설레더라고요”라는 대답처럼 진경에게 배우라는 직업은 힘들 줄 알면서도 또 다시 연기에 파고들 수밖에 없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배우는 이래서 좋은 직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번 새로운 역할을 맡는 것이 새 친구를 만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 기다림이 ‘사람을 이렇게 행복하게 하는구나’를 느껴요. 배우의 낭만은 그게 아닐까 생각해요”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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