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항암제 시장은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정밀의료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실제 암세포만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표적항암제와 개인의 면역세포를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제 등이 이달 열린 JP모건 콘퍼런스에서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항암신약 개발업체인 엠디뮨은 인체세포에서 분비되는 엑소좀(Exosome)을 활용해 정밀의료에 최적화된 항암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엑소좀은 세포의 100분의1 정도 크기에 불과한 소포(小胞)로 세포 간 정보전달을 담당하는 물질이다. 엑소좀을 활용할 경우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장점이 합해진 항암제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신규(사진) 엠디뮨 대표는 30일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엑소좀 기반의 신규 항암제를 오는 2020년까지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엑소좀은 세포에서 분비되는 양이 극히 적어 약물전달물질(DDS)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엠디뮨은 지난 2015년 포항공대에서 도입한 인공 엑소좀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이 같은 난점을 해결했다. 엠디뮨 측은 백혈구와 같은 특정 세포를 압착해 인공적으로 엑소좀을 만들어 약물전달물질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엠디뮨이 보유한 기술을 활용하면 세포에서 확보할 수 있는 엑소좀 양이 기존 대비 100배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 대표는 “항암제를 투입하면 바로 파괴되는 세포와 달리 엑소좀은 소포이기 때문에 항암제를 봉입해도 문제가 없다”며 “무엇보다 엑소좀은 인체 특정 장기나 부위에 작용하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 대비 부작용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인공 엑소좀은 기존 엑소좀 대비 물질이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약물로 활용 시 또 한번의 최적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엠디뮨이 2020년 내놓을 항암제는 암 환자의 백혈구를 압착해 인공 엑소좀을 만들고 여기에 항암제를 봉입, 환자 정맥에 다시 주사하는 방식이다. 엑소좀에 투여되는 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의 복제약(제네릭)을 사용, 기존 표적항암제 등과 비교해 가격을 절반 정도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엠디뮨 측은 환자 자신의 백혈구를 이용하기 때문에 관련 약물의 부작용도 훨씬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 대표는 “전임상은 내년에 돌입할 계획인데 어느 정도 검증된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임상 진행도 빠를 것으로 기대한다”며 “어머니가 7년째 항암 투병을 하고 계시는데 하루빨리 치료약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엠디뮨 측은 인공 엑소좀이 줄기세포를 통한 피부재생 및 알츠하이머 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에 이용될 수 있다고 보고 여타 업체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도 한층 힘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달 SCM생명과학 외에 한림제약 등과 각종 인공 엑소좀 기반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 또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일환이다. 배 대표는 “회사 규모가 작기 때문에 엑소좀 기반의 각종 적응증 치료제 개발은 여타 회사와 공동 개발해나갈 예정”이라며 “인공 엑소좀을 신약 개발업체들이 잇따라 도입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