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영화 '컨택트']'소통의 시작'은 대화하려는 의지와 진심어린 공감

인간과 괴생명체 '쉘' 간의 소통으로 보여줘

영화 ‘컨택트’의 한 장면
남녀 사이에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을 빗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한다. 남과 여가 소통이 되지 않는 이유는 이렇게 서로 다른 언어로 말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 또 사람은 언어로 사고를 하는데 남과 여는 다른 언어로 생각하는 까닭에 둘 사이에 사고방식은 커다란 차이를 낳고 이 때문에 이들 간의 소통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사람 사이의 소통도 어려운데 영화 ‘컨택트’는 과감하게도 인간과 우주에서 온 괴생명체와의 소통을 다룬다. 그리고 어떤 대상과의 소통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대화하려는 강한 의지와 진심 어린 공감능력이라고 말한다. 전쟁은 인륜을 파괴할 비극을 만들어낼 수도 있음을 아주 고통스럽게 보여준 ‘그을린 사랑’의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빌뇌브 감독의 장점인 탄탄한 스토리텔링 능력과 완성도 높은 감각적인 연출로 ‘컨택트’는 우주 생명체를 다룬 작품 중 가장 평화적이고 아름다우며 신비로운 작품으로 탄생했다.

영화는 괴생명체가 지구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쉘’이라고 이름 붙은 이것은 땅 위에 뜬 상태로 알 수 없는 신호를 보내기만 할 뿐 어떤 공격도 하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쉘이 보내는 신호를 해독하기 위해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와 이론물리학자 이안(제레미 레너)를 파견한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15시간 내에 쉘의 신호를 해독하는 미션이 주어진다.


영화 ‘컨택트’의 한 장면
태초의 시작에 언어가 있었다고 믿는 언어학자와 태초의 시작에는 물리학이 작용했다고 믿는 이 두 남녀는 쉘이 보내는 신호를 해독하는 데도 차이를 보인다. 이안은 쉘이 보내는 프랙탈 모양의 신호에 공식이 있다고 믿고 이를 일방적으로 해독하려는 것에 반해 루이스는 무모해 보이지만 이들과 소통을 하려 한다. 루이스는 쉘의 신호가 표음문자인지 표의문자인지를 관찰하는 것에서 그들의 언어를 알아가기 시작하고, 지구의 언어를 가르치고, 괴생명체의 언어와 문자를 배우며 신비로운 소통을 시작한다. 그리고 루이스가 쉘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떠난 어린 딸 한나가 영감을 주는 장면들은 의미심장하다.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어린 딸과 대화하던 상황을 떠올리며 쉘들과의 대화법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원제는 ‘도착(Arrival)’이다. 원제보다 국내 개봉작 제목이 더욱 적합하다는 것은 영화를 보는 내내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은 ‘아이컨택트’로 서로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데 루이스가 바로 쉘과 이 컨택트를 시도한다. SF 작가 테드 창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원작으로, 제작진은 원작에서의 언어를 시각적으로 보다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인간의 언어와 연관성이 없으면서 추상적인 비주얼을 가진 외계 언어를 창조해 낸 것이다. 2월2일 개봉.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UPI코리아

영화 ‘컨택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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