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대선이 정치권에서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보수 대선주자 후보군이 요동치고 있다. 대선의 최대 변수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지지율이 귀국 이후 하락세인 반면 보수층의 ‘구원투수’로 떠오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양자구도가 될 것임을 연일 강조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지지율도 회복세를 보여 보수·중도층 유권자들의 표심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반기문 전 총장의 지지율은 지난해 12월 3주차에 23.1%로 정점을 찍은 뒤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귀국 직후인 1월 2주차에 22.2%로 반짝 상승한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3주차에 19.8%, 지난주(4주차)에는 15.4%로 떨어졌다. 반기문 전 총장은 여야 대선주자 지지율 2위를 유지했지만 문재인 전 대표가 1월 3주차 29.1%에 이어 지난주 32.8%를 기록해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로 시기를 넓혀봐도 문재인 전 대표의 상승세와 반기문 전 총장의 하락세는 뚜렷하다.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은 9월 2주차 18%에서 꾸준히 상승해 12월 2주차에 20%를 기록한 뒤 올 1월 2주차에 31%로 뛰어올랐다. 반면 반기문 전 총장은 9월 2주차에 27%로 문 전 대표를 앞서다가 12월 2주 20%로 동률을 이룬 뒤 올 1월 2주차에 크게 역전됐다.
반면 황교안 대행의 지지율은 급격한 상승세를 탔다. 리얼미터 기준 1월 3주차에 4.6%로 처음 여론조사에 포함된 황 대행의 지지율은 지난주 7.4%로 껑충 뛰며 순식간에 여야 대선주자 5위권에 진입했다. 황교안 대행은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후보군에 포함된 직후 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황교안 대행의 급부상은 반기문 전 총장의 하락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황 대행의 부상은 보수층이 반 전 총장을 대안으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결국 안철수 전 대표 등과의 연대로 지지율 반등을 도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도 성향 후보로 보수층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 역시 반 전 총장 귀국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1월 1주차에 6.5%로 최저점을 찍은 뒤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1심 무죄판결 등 호재에 힘입어 지난주 7.9%로 상승했다. ‘이 사람만큼은 절대 찍지 않겠다’는 리얼미터의 비선호조사 또한 반 전 총장 34.2%, 문재인 전 대표 24.1%, 황교안 대행 10.4%로 안철수 전 대표를 모두 피해가 ‘보수세력-안철수 연대’가 성사될 경우 안 전 대표가 보수층의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30일 반기문 전 총장과 회동한 뒤 “반 전 총장의 귀국 후 언행에 대해 납득할 수 없어 설사 국민의당을 노크하더라도 우리는 함께할 수 없다”면서도 “본 게임이 시작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순간까지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우리가 주시할 대목”이라고 연대의 여지를 남겨놓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의 ‘2위 싸움’이 관심거리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면에서 상승세를 탔던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2월 1주차에 16.2%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주에는 9.5%로 11월 이후 처음으로 두자릿수 지지율이 무너졌다. 반면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은 1월 3주차 4.7%에서 지난주 6.4%로 뛰어오르며 이재명 시장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한편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