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산업이 국내 기업들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간판만 봐서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소재기업으로 발 빠른 변신을 시도하는 기업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LG화학이 대표적인 사례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나프타분해시설(NCC) 등 전통적인 석유화학 분야에서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거둬들이지만 실제 사업부 명칭에서 석유화학이라는 이름을 떼어버린 지 오래다. 대신 기초소재·전자정보소재·전지·생명과학 등으로 사업부를 나눠 소재 분야 특화기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이 직접 리튬·마그네슘 등 고부가 소재 개발을 진두지휘하면서 철강기업을 뛰어넘어 비철강 부문에서도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각오다.
이뿐만이 아니다. 효성과 코오롱은 의류용 섬유사업에서 시작해 소재기업으로 탈바꿈한 기업들로 볼 수 있다.
효성의 경우 ‘스판덱스(브랜드명 크레오라)’를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로 키워낸 경험을 바탕으로 △탄소섬유 △폴리케톤 △아라미드 등 신소재 3종 세트를 착착 상용화하고 있다. 이들 신소재는 모두 지난 2000년대 초반 연구개발(R&D)에 착수해 10년 이상 공을 들인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코오롱은 접을 수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의 핵심소재인 투명폴리이미드필름(CPI)과 친환경자동차 소재로 각광 받는 폴리옥시메틸렌(POM) 등을 중심으로 올해에만도 6,000억원을 설비투자에 쏟아 부을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소재산업에 ‘올인’하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우선 점차 버거워지는 중국 기업과의 경쟁을 들 수 있다. 핵심기술이 이미 시장에 공개된 범용제품은 생산성을 극한까지 높여도 중국 기업과의 가격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게 국내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점차 고도화하는 산업구조도 소재산업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사물인터넷(IoT)·로봇 등이 뜨면서 센서 등 기존에 없던 소재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전기차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리튬이온분리막(LiBS) 공장을 증설 중인 SK이노베이션이 산업 융복합 및 고도화의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한번 시장을 장악하면 오랜 기간 이윤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소재산업의 특징으로 꼽힌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 제조업체가 단기간에 집중적인 투자로 설비를 늘려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완전히 지나갔다”며 “소재산업은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과 인적구조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져 반도체 업계의 퀄컴 같은 자리를 노리고 승부를 걸어볼 만한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서일범·한재영·이종혁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