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노린 불합리한 대출 원천봉쇄

금융사 4월부터 신청자 정보 공유
고의적 채무탕감 시도도 어려워져

# 지난해 1월 주식 투자 실패로 은행 빚에 허덕이던 회사원 A씨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게 된 브로커 B씨를 통해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개인회생의 맹점을 잘 알고 있던 브로커 B씨는 A씨에게 받을 수 있을 만큼 추가 대출을 받을 것을 권유했고 A씨는 C저축은행에 신규 대출을 신청했다. 서류상 특별한 이상이 없던 A씨에게 C저축은행은 정상적으로 돈을 내줬다. 그러나 대출을 받은 A씨는 원금은 물론 이자도 갚지 않았고 같은 해 12월 회생 결정이 확정됐다. A씨는 채무조정을 받게 된 반면 C저축은행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금의 상당 부분을 손실로 처리했다.

오는 4월부터는 이처럼 회생신청 후에도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는 길이 원천 봉쇄된다. 개인회생 신청 직후 모든 금융회사가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개인회생 정보를 금융회사들이 신속하게 공유해 채무자의 불합리한 대출을 방지하겠다고 31일 밝혔다.


현재는 채무자가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후 금융회사들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데까지 최대 1년가량이 걸린다. 회생 신청이나 회생 개시 시점이 아니라 채권금융기관들이 집회를 열어 변제계획을 인가해야 다른 금융기관들이 관련 정보를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악덕 브로커들은 회생이 결정되면 채무의 상당 부분을 탕감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다른 금융회사로부터 신규 대출을 받아 갚지 말라는 권유를 해왔다. 실제로 지난 2012~2014년 28개 금융회사 고객 중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의 45.8%가 회생 신청 후 새로 대출을 받았다. 대출잔액은 9,89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4월부터는 금융권에 회생 정보가 공유되는 시점이 회생 신청 직후로 빨라진다. 채무자 재산에 대한 법원의 재산동결명령이 떨어지면 채권금융회사가 바로 이 사실을 신용정보원에 등록해야 하고 전 금융권에 즉시 정보가 공유된다.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들은 개인회생 신청을 한 사람에게 대출을 거부할 수 있고 채무자 입장에서는 고의적으로 채무 탕감을 시도하기 어려워진다. 다만 정보공유로 채무자의 신용등급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회생 결정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금융위는 2월 중 신용정보원의 ‘일반신용정보 관리규약’을 개정하고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4월1일부터 개인회생 정보공유 시점을 앞당길 계획이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