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문기자의 Travelogue] 무슬림은 관광 신시장...할랄 음식 등 특화해야

지난해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남이섬을 찾은 관광객은 330만명이었다. 하루 평균 1만명 정도다. 섬 면적이 46만㎡(14만평)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지금 같은 겨울철 비수기에도 평일 5,000여명이 섬을 찾는다. 남이섬의 시설과 인력을 제대로 가동하려면 이용자가 5,000명이면 된다. 성수기 한철 장사에 속박된 여타 관광지와 다른 점이다.

요즘 평일 남이섬을 채우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이다. 특히 동남아 관광객이 많다. 지난해 이곳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만 130만명. 그중 중국인 관광객(유커)은 35만명으로 외국인 가운데 27%에 그쳤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의 전체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유커가 차지하는 비중(47%)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남이섬의 외국인 분산 정책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주요 타깃은 동남아 관광객이다. 지난해 방문자는 태국이 14만명, 말레이시아 13만명, 베트남 10만명, 인도네시아 9만명 등이다. 각국의 감성과 문화를 적극 배려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남이섬의 강점이 나온다.


일찍부터 남이섬은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에게 관심을 뒀다. 남이섬은 지난 2011년 섬 내 밥플렉스 2층에 이슬람 기도실을 마련했다. 그것도 남녀 별도의 공간을 꾸렸다. 2014년부터는 할랄 공인인증 음식점을 운영해왔다. 혹자는 ‘이슬람교는 중동 종교인데 한국에 오는 중동인이 얼마나 되나’라고 의문을 품기도 한다. 이는 동남아의 최대 종교가 이슬람이라는 것을 잊은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인구 2억5,518만명 가운데 87%가 무슬림이다. 인구가 3,063만명인 말레이시아의 약 60%도 무슬림이다. 브루나이·싱가포르·필리핀 등에서도 인구의 상당수가 무슬림이다. 동남아에만 2억5,000만명이 넘는 무슬림 인구가 있는 셈이다.

종교적으로 독실한 무슬림들은 해외여행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하루에 5번 기도시간을 가져야 하고 종교적으로 인정된 할랄 음식 섭취 등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 거꾸로 이것은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무슬림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동남아는 한류가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가진 곳이다.

일부에서는 이슬람이라는 종교에 대한 무의식적 기피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종교적 자유와 공존이 이뤄지고 있는 나라다. 무슬림을 적극적으로 포용한다면 더욱 관용적인 사회가 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무슬림 관광객은 모두 98만명. 전년대비 33% 증가한 숫자다. 이 중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아시아인이 74만명이었다. 유커에게 편중된 우리 관광산업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맞춤 음식 등 무슬림 친화적인 관광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다. 무슬림들은 대개 더운 지방에 살고 있어 한국의 겨울은 경쟁력이 있다.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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