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 안목 높은 소수 없인 마네·고흐도 없었다

■유홍준 지음, 눌와 펴냄

‘풀밭 위의 점심식사’와 ‘올랭피아’를 잇달아 발표한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는 당대 화단으로부터 비판의 뭇매를 맞았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기획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시국비판 전시회의 대통령 풍자 패러디 그림에 쏟아진 비난은 마네가 150여년 전 겪은 수난에 비할 바가 못된다. 거장의 기법을 흉내낸다는 소리를 듣던 마네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보란듯 차용했고, 여신도 왕족도 아닌 볼품없는 몸매의 나부에게 매춘부의 애칭인 ‘올랭피아’라는 이름을 붙였다. 감동보다는 ‘불편함’을 안기는 작품은 혹평과 야유에 밀려 결국 잘 보이지 않는 천장 밑에 걸려야 했다. 에밀 졸라를 비롯한 안목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그 가치를 일깨우지 않았다면 혁명적 예술가 마네와 그 작품들은 쓰레기더미에 묻혔을 일이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이어 ‘국보순례’ ‘명작순례’ 등을 출간한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가 새책 ‘안목’을 냈다.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시대를 앞서가는 파격적인 작품 앞에서는 안목의 차이가 완연히 드러난다”고 한 저자는 “서양 근대미술사에서 쿠르베의 리얼리즘, 마네의 인상파, 반 고흐가 푸대접을 받은 것은 아직 세상의 안목이 작가의 뜻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례로 추사 김정희가 법도를 벗어나 쓴 개성적인 서체는 ‘괴기 취미’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안목높은 환재 박규수는 “대가의 장점을 모아서 스스로 일법(一法)을 이루었으니 신이 오는 듯, 기가 오는 듯, 바다의 조수가 밀려오는 듯하였다”고 평하며 추사를 옹호했다.

책은 불상·청자·백자 등 한국미의 대표작을 통해 빼어난 안목을 가진 이들을 소개하고, 안견에게 ‘몽유도원도’를 그리게 한 안평대군 이용부터 전쟁 중 일본에서 추사의 ‘세한도’를 찾아온 손재형, 민족의 자존심을 위해 재산을 바친 간송 전형필까지 안목있는 애호가도 살펴본다. 앞선 대안목 못지않은 안목은 저자 자신이 아닐까 싶다. 2만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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