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이어 ‘국보순례’ ‘명작순례’ 등을 출간한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가 새책 ‘안목’을 냈다.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시대를 앞서가는 파격적인 작품 앞에서는 안목의 차이가 완연히 드러난다”고 한 저자는 “서양 근대미술사에서 쿠르베의 리얼리즘, 마네의 인상파, 반 고흐가 푸대접을 받은 것은 아직 세상의 안목이 작가의 뜻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례로 추사 김정희가 법도를 벗어나 쓴 개성적인 서체는 ‘괴기 취미’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안목높은 환재 박규수는 “대가의 장점을 모아서 스스로 일법(一法)을 이루었으니 신이 오는 듯, 기가 오는 듯, 바다의 조수가 밀려오는 듯하였다”고 평하며 추사를 옹호했다.
책은 불상·청자·백자 등 한국미의 대표작을 통해 빼어난 안목을 가진 이들을 소개하고, 안견에게 ‘몽유도원도’를 그리게 한 안평대군 이용부터 전쟁 중 일본에서 추사의 ‘세한도’를 찾아온 손재형, 민족의 자존심을 위해 재산을 바친 간송 전형필까지 안목있는 애호가도 살펴본다. 앞선 대안목 못지않은 안목은 저자 자신이 아닐까 싶다. 2만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