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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정부는 2012년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이라는 정책을 발표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인더스트리 4.0’은 독일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사물인터넷(IoT), 사이버 물리시스템(CPS) 등을 융합하고 한 단계 발전시켜 미래에도 산업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2015년에는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에 정부·기업·학계·노동계 등 산업의 주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형태로 확대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를 사회 전반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정부의 한발 앞선 비전 제시 덕분에 독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제조업 선도국이라는 브랜드를 차지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만든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용어가 4차 산업혁명과 동의어로 쓰일 정도다.
물론 독일 역시 4차 산업혁명에 완전히 적응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멘스·보쉬 등 대기업들과 달리 상당수 중소기업은 변화의 물결 속에서 아직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개념을 잡지 못한 기업의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47%에 달한다.
아울러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논의의 장인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에서 나온 법률 정비, 근로 방식 및 교육제도 개혁, 디지털 인프라 조성 등을 실제 사회에서 이행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다만 표준화, 구조조정, 전략 수립 등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철저히 기업이 하도록 남겨둔다. 4차 산업혁명 추진 과정에서 독일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기업이 잘 뛸 수 있도록 뒤에서 조율하는 ‘감독’이다.
오테 책임자는 독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정부 주도 산업정책이 유효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제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해야 하는 역할이 분명히 있지만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할 수 있게 놓아둬야 한다”며 “주체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를린=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