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연합뉴스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도시바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해외 원자력발전소 건설에서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데다 회생을 위해 세계 시장 2위인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까지 시장에 내놓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3일 아사히신문은 도시바가 8,456억엔 규모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을 떼어내 신설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주식 일부를 이번주 중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캐논과 도쿄일렉트론 등 거래기업은 물론 지분에 관심을 보였던 미국 웨스턴디지털(WD), 해외 펀드 등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업체들의 이 같은 반응은 오는 3월 말까지 지분매각 절차를 마쳐야 하는 도시바의 다급한 상황과 매물로 나온 지분이 18~19%에 불과하다는 점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미국 등 해외 투자펀드들이 ‘취득 지분이 20% 미만이면 경영에 관여하기 어려워 투자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입찰에 소극적이라고 전했다. 경영 참여가 이뤄지지 않으면 배당률을 높여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려는 펀드들의 입맛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나마 유력 인수 대상자로 거론되는 WD의 경우 인수합병(M&A)에 따른 독과점 관련 심사가 필요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도시바는 매각 대상 지분 비율을 높이는 등 조건을 변경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거래은행이나 일본정책투자은행 등 금융권에 도움을 요청하는 안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의 위기를 초래한 것은 공격적인 원전 투자다. 지난 2006년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해 원전사업에 뛰어든 도시바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여파로 글로벌 원전 시장이 크게 위축된데다 각국의 안전기준 강화로 미국 원전사업이 지연되면서 7,000억엔(약 7조1,280억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도시바는 결국 3월 말로 예정된 2016회계연도 결산에서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최근 반도체 사업 분사 및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