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견습 30기로 갓 입사한 변수연(왼쪽)기자가 3일 증권계좌를 만들기 위해 방문한 서울 광화문 한국투자증권에서 투자성향 진단을 받고 있다. /유주희 기자
‘투자’라고 하면 갖고 있는 것도 잃을까 봐 손사래부터 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갓 신입사원이 된 26세 여성 A씨도 그중 하나다. A씨는 지금까지 예금과 주택청약통장에 저축하는 것 외에 어떠한 형태의 투자도 해본 적이 없다. 투자에 운용할 자본도 없었지만 ‘금융 까막눈’인 본인은 ‘미다스의 손’이 아니라 ‘마이너스의 손’일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그런 A씨가 “급여 통장을 CMA 통장으로 하면 좋다”는 지인의 말만 듣고 CMA 계좌를 개설하러 한국투자증권에 방문했다.투자에 소극적인 A씨였지만 그녀도 가슴 속에 작은 욕망의 불꽃 하나는 있었다. ‘자산 증식 욕구’였다. 지금처럼 저금리 시대에 은행의 저축성 예금과 적금으로는 그 욕구를 충족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정기 적금 상품을 추천받기 위해 찾아간 시중은행은 연 4~5%짜리 적금 상품을 보유한 길 건너편 저축은행을 찾아갈 것을 고이 추천했다.
다시 한국투자증권. 증권사에 오니 자산 증식에 대한 욕심이 부풀기 시작했다. “주식 계좌 개설하려고요.” 상담 창구 직원은 A씨에게 ‘투자성향 진단서’를 내밀었다. 시중은행에서 예금 계좌를 개설할 때는 받아보지 못한 종이였다. 비로소 투자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인가. A씨는 진단서의 항목들을 눈으로 훑었다. ‘투자목적’. 그녀는 펜을 힘주어 쥐고 ‘시장 평균 이상 수익률 기대’에 체크했다. ‘너무 위험 쪽으로 기울었나?’ 소심한 그녀는 다시 소극적으로 변했다. ‘감내할 수 있는 손실 수준은…투자원금에서 최소한의 손실만 감수.’
“‘중위험’군으로 나오시네요. 주식 투자 계좌를 만드시려면 ‘고객 선택상품 가입확인서’를 작성하셔야 해요.” 아차차. 주식은 고위험이었지. A씨는 다시 정신이 번쩍 들면서 서명을 했다. 직원은 ‘미수 거래’를 할 것이냐고 물었다. 미수 거래란 계좌에 보유한 잔고보다 더 높은 가치의 주식을 사고 나중에 차액을 갚는 거래를 말한다. 돈을 빌려 주식을 하는 꼴이었다. 나름 안정을 추구하는 A씨는 ‘미수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A씨는 CMA 계좌도 만들겠다고 했다. 서명 몇 번에 CMA통장이 뚝딱 만들어졌다. A씨는 CMA통장 상품에 대한 설명이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어 옆에 꽂혀있던 리플렛을 꺼내 설명을 읽었다. RP형, MMF형, MMW형. 총 세 가지 종류가 있었다. “제가 지금 만드는 CMA는 어떤 종류인가요?” “90%의 고객님들이 모두 RP로 하세요. 이자는 서로 0.01~0.15%P밖에 차이가 안 나요.”
CMA 계좌와 주식 거래 계좌. A씨의 첫 증권사 탐방의 결과물이었다. ‘중위험자’들을 위한 추천 상품도 알게 됐다. 생긴지 12년이 넘은 ‘신영고배당’ 펀드였다. 수익률이 최근 6개월 동안 1.25%였지만 3년 간은 19.71%나 됐다. ‘목돈이 생기면 꼭 투자해 봐야지.’ 투자는 ‘너무 먼 당신’이 아니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