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캔버라에 위치한 ‘50 Marcus Clarke Street’ 빌딩 전경/사진=위키미디어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바른빌딩’ 전경/사진=법무법인 바른 홈페이지
올 상반기에는 개인 투자자들도 투자할 수 있는 공모형 부동산간접투자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리츠(REITs)와 부동산펀드(REF) 등 국내에 부동산간접투자 상품이 도입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지만 그간 공모형 시장은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지금까지 부동산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 모집 절차가 까다로운 공모형 상품 보다는 한두 곳의 기관투자자만 모으면 되는 사모형 상품에 집중했고, 부동산간접투자 상품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의 도래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들이 부동산간접투자 상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 등 부동산간접투자 상품을 관할하는 정부 부처들도 공모형 부동산간접투자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을 쏟아냈다.
또 그간 개인들을 외면했던 부동산자산운용사들도 투자자 외연 확대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개인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공모형 부동산간접투자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서 지난해 6년 만에 공모형 부동산펀드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나자산운용이 선보인 명동 ‘티마크그랜드호텔’에 투자하는 600억원 규모의 공모 부동산펀드는 순식간에 팔려나가며 공모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지난해 시장에 출시된 공모형 부동산간접투자 상품은 부동산펀드 3개, 리츠 1개 등 총 네 개였다. 작년 7월 티마크그랜드호텔에 투자하는 공모 부동산펀드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선보인 미국 댈라스에 위치한 ‘스테이트팜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는 3,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공모펀드가 성공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선보인 서울 중구에 위치한 오피스빌딩인 ‘퍼시픽타워’에 투자하는 공모 부동산펀드는 비록 최종적으로 투자자 모집에는 실패했지만 1,3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작년 하반기에는 모두투어리츠가 상장하면서 4년 만에 리츠 상장이 재개됐다.
올해는 연초부터 다수의 공모형 부동산간접투자 상품이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우선 오는 20일부터 23일까지 4영업일 동안 이지스자산운용이 선보이는 330억원 규모의 5년 만기 공모형 부동산펀드가 우리은행(200억원)과 한국투자증권(130억원)을 통해 판매된다. 대출을 포함한 총 빌딩 매입가는 780억원이다.
이 부동산펀드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바른빌딩’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최소가입금액은 100만원이며, 연 5.8%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이 빌딩 전체를 10년 간 장기임차하고 있어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상품으로 꼽힌다. 이지스 측에서는 해당 자산의 장점으로 입지와 공실 리스크가 낮은 점, 환금성 등을 꼽고 있다.
김정현 이지스자산운용 상무는 “바른빌딩이 위치한 삼성동은 현대차그룹의 신사옥이 들어설 예정이며,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 개발 등으로 교통 인프라가 확충되면 임차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동산 투자 시 가장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할 입지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량 임차인이 있어 공실리스크가 없고, 자산 규모가 크지 않아 환금성이 높은 것도 특징”이라며 “매각 시 기관은 물론 중견법인, 개인투자자들도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올 상반기에는 리츠 상장도 예정되어 있다. 우선 코람코자산신탁이 선보이는 ‘E리츠코크렙’이 4월 말에서 5월 초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E리츠코크렙은 이랜드 뉴코아 아울렛 야탑, 일산, 평촌점과 뉴코아 매장 임차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총 공모 규모는 8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또 제이알투자운용은 명동에 위치한 호텔에 투자하는 ‘제이알제22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이 리츠는 현재 제이알이 운용 중인 명동 ‘스카이파크호텔 2호점(제이알 5호)’과 ‘스카이파크 센트럴점(제이알 8호)’ 등을 편입할 예정이다. 100~200억원 정도 규모로 개인투자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형 상품들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등 금융사들은 오는 3월께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공모 부동산 펀드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가 장기 임차중인 ‘투 인디펜던스 스퀘어’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총 2,000억원 정도 규모로 판매될 예정이다. 최소 판매금액을 포함한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호주 캔버라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공모 부동산 펀드를 다음 달 중에 개인들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호주 연방정부가 장기 임차하는 ‘50 Marcus Clarke Street’에 투자하는 상품이며, 총 공모 규모는 1,500억원 수준이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환헤지형과 언헤지형’ 두 가지 유형으로 판매될 예정이며, 최소 가입금액은 1,000만원이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