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급증...간편식시장 5년새 51%↑

40대 기혼남성 구매 비중 높아
"건강에 도움" "집밥 먹는 느낌"
소비자 인식도 갈수록 좋아져

지방에 가정을 두고 서울에서 홀로 직장생활을 하는 30대 직장인 이상민(34)씨는 저녁마다 고민에 빠진다. 퇴근 후 간단히 삼쏘(삼겹살+소주)나 치맥(치킨+맥주)을 먹고 싶지만 물가를 생각하면 늘 포기하게 된다. 둘이서 1인분에 1만2,000~1만5,000원(서울 기준) 하는 삼겹살 3인분에 소주 1병씩만 먹어도 4만~5만원에 육박한다. 치킨에 생맥주 두 잔만 해도 3만원이다. 이 씨는 “한잔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지만 네 살 먹은 아들을 떠올리면 참게 된다”며 “일주일에 적어도 2~3번은 편의점 도시락을 애용한다”고 푸념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 증가로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이 늘어나며 우리나라 간편식 시장 규모가 무섭게 팽창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5일 발표한 ‘가공식품 시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간편식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기준 1조6,720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1조1,067억원에서 5년 새 51.1%나 커졌다.

간편식은 도시락과 김밥 등 조리과정 없이 바로 섭취하는 ‘즉석섭취식품’, 단순 가열 등 조리과정이 필요한 ‘즉석조리식품’, 농·임산물을 세척·절단 등의 가공공정을 거쳐 바로 섭취하는 ‘신선편의식품’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도시락 매출 증가에 힘입어 전체 간편식 시장 가운데 즉석섭취식품이 59.3%로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즉석조리식품(34.9%), 신선편의식품(5.7%)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편의점 도시락 시장 규모는 2015년 1,329억원으로 최근 3년간 70.4%나 커졌다. 농식품부는 소비특성조사 결과 도시락은 편의점에서 주로 구매하고 집이나 사무실에서 혼자(53.3%)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락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판매장소가 가까워서(25%)’가 많았다.

눈에 띄는 점은 도시락을 먹는 가장 주요 이유로 ‘건강하다는 생각(22.5%)’과 ‘집밥 먹는 느낌이 든다(13.8%)’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도시락 등 간편식에 대해 바뀌는 인식을 보여준다. 이씨 역시 “다음날 일어나면 전날 과식·과음하는 것보다 간단히 먹고 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즉석조리식품도 5년 새 시장 규모가 53.2% 커졌다. 식품 가공·포장, 보관기술의 발달로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카레·짜장 등 전통적인 품목에서 각종 탕·국·찌개류를 비롯해 수프류·미트류 등 메뉴도 다양화돼서다. 여성보다는 남성, 20~30대보다 40대, 미혼자보다 기혼자, 다인 가구보다 1인 가구가 즉석조리식품을 더 찾았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하나씩 개별포장된 소포장 신선식품 규모도 2015년 956억원으로 2011년(601억원)에 비해 59.1% 증가했다.

농식품부는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통해 가정 간편식 시장이 계속 성장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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