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수주를 크게 늘리면서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삼성SDI를 제치고 국내 배터리(전지) 매출 1위에 올랐다. LG화학은 올해 배터리 매출 4조원을 돌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흑자전환 가능성도 높다.
지난 4일 SK이노베이션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의 지난해 성적표가 공개됐다. 이 가운데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 오른 3조5,61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3조4,239억원의 매출을 올린 삼성SDI 에너지솔루션사업부(배터리 담당)를 사상 처음으로 제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의 정확한 매출액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배터리 셀과 분리막 등을 합쳐 3,000억~4,000억원 정도를 거둬들였을 것으로 추산한다. 3사 모두 지속적인 설비 투자로 배터리 사업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의 배터리 1위 등극은 부분적으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의 여파다. 스마트폰에 주로 쓰이는 소형배터리 점유율 세계 1위인 삼성SDI는 지난해 갤노트7 단종으로 주거래처인 삼성전자에 대한 배터리 공급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업계는 LG화학이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탑재되는 중대형배터리 시장에서 수주액을 끌어올린 것이 더욱 중요한 요인이라고 평한다. LG화학은 지난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만 매출 1조2,000억원을 넘기며 1조원대 진입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차량용 배터리 양산을 본격 시작한 2009년의 매출액(600억원)과 비교하면 약 20배로 성장한 것이다. LG화학은 현대·기아자동차는 물론 제너럴모터스(GM)·재규어랜드로버 등 전 세계 유수의 완성차들에 배터리를 두루 공급하고 있다.
LG화학은 성장세를 이어가 올해 매출 4조2,6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LG화학 관계자는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정부가 규제를 통한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차량용 전지 매출은 지난해보다 30% 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업계에서는 올해 LG화학 전지사업본부가 상반기 중 흑자전환에도 성공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