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가 커지지 않아서일까. 이번에는 GDP의 아픈 부분을 꼬집었다. 통계청은 지난달 19일 ‘통계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핵심은 소득통계개발과를 신설하는 것. 현행 GDP 체계는 디지털·공유경제 등 새롭게 벌어지는 경제현상을 다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분배지표에 근거한 지역내총생산(GRDP)을 개발해 이 같은 GDP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었다.
일견 그럴듯하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통계청의 논리는 허점이 많다.
우선 GDP는 기업이 만들어낸 부가가치의 총합인 ‘생산’, 가계의 소비와 투자 등을 담은 ‘지출’, 소득과 영업잉여금 등의 기초통계가 바탕인 ‘분배’가 모두 같다는 ‘3면 등가의 원칙’을 전제로 산출된다. 같은 국제기준인 2008SNA(국민계정)를 따르는 GRDP도 마찬가지다. 분배지표에 근거한 GRDP가 다를 수 있다는 말은 현재 생산 쪽 기초통계를 중심으로 작성되는 GRDP도 틀렸다는 일종의 자기부정이 된다.
물론 이런 일이 일본에서 벌어지기는 했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 2014년 경제가 -0.9%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행(BOJ)이 분배지표를 근거로 계산한 성장률은 2.3%. 당장 내각부 GDP를 믿을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 통계청이 노린 것도 이 부분일 터. 하지만 전문가는 BOJ가 내놓은 숫자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GDP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일본은 분배 쪽 기초통계 자료가 부실한데 이걸 보정하기 위해 서베이 등을 이용했다. 그게 수치가 차이 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공유경제 부분이 누락됐다는 것도 실상은 다르다. 한은이 지난해 말 내부적으로 국내 디지털경제의 현황 파악을 해본 결과 현행 GDP 통계에 잡지 못하는 에어비엔비나 우버 등 공유서비스 미등록 사업자의 부가가치 창출액은 미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기자보다 통계에 전문가인 통계청에서 이런 부분을 놓치고 있을 리 없다. GRDP 보완이라는 허울에 ‘밥그릇’을 뺏기 위한 목적을 교묘히 숨겼다는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통계청의 ‘GDP 흔들기’가 시종일관 불편한 이유다.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