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6일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하고 본격적인 위기대응에 나선다. 특히 올해 임원인사는 △수익성 개선 △연구개발(R&D) 역량 강화 △외부 인재 영입 확대 등 3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미뤄왔던 임원인사를 이르면 6일 단행한다. 현대차는 매년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임원인사를 했지만 올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미뤄졌다. 차량판매 감소, 역대 최저 내수점유율, 영업이익률 악화 등 비상상황에서 조직 분위기가 느슨해지는 등 이상기류가 감지되면서 더 이상은 미루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올해 승진 임원 규모는 지난해 368명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조직 내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세 가지 틀에서 변화가 예고된다.
복수의 그룹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우선 수익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2년 10%대이던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5.5%로 반 토막이 났다. 기아차도 지난해 4.7%로 떨어졌다.
수익성 강화의 핵심은 제네시스 조직의 강화다. 제네시스는 현대차보다 차 가격이 비교적 높다. R&D 비용이 많이 들지만 한번 투자하면 많은 이익이 돌아온다. 현대차에서 경험이 많고 유능한 임원들 다수가 제네시스 브랜드로 자리를 옮겨 독자적인 상품기획과 R&D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제네시스 국내외 브랜드 전략 및 마케팅, 고객관리, 자동차 금융 등에서 현대차와 다른 별도 조직이 개설될 것으로 보인다.
R&D 역량 강화도 지속적으로 추진된다. 연구개발본부 내에 산재한 선행기술 부문을 별도 조직으로 만들어 본사 직속으로 배속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전기차와 수소차·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3~4년 후를 내다보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자동차 핵심인 엔진과 변속기를 비롯해 커넥티드카 기술 등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본사의 적극적 지원 아래 꾸준히 R&D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과거 선행개발센터장을 지낸 권문식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부회장)이 관련 조직을 이끌 것이라는 구체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외부 인재 영입도 뒤따른다. 올 임원인사에서 깜짝 발탁 인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대·기아차는 전통적으로 내부 인재를 육성해 경쟁력을 높여왔다. 하지만 최근 디자인과 고성능차 개발 분야에서 해외 인재를 영입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최근 몇 년 새 외부 인재 영입에 적극적이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담당 사장을 비롯해 루크 동커볼케 전무(벤틀리),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전무(람보르기니), 이상엽 상무(벤틀리), 알렉산더 셀리파노브 이사(부가티) 등이 연이어 영입돼 디자인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BMW의 고성능 브랜드 ‘M’을 개발하던 앨버트 비어만 사장도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 개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이에 따라 차량 본연의 기술과 품질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친환경·미래차 시대로 자동차 시장이 급속도로 바뀌는 상황에서 올해는 현대차그룹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