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1997년, 기업들이 속속 넘어가면서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도 보증사고가 속출했다. 감당할 수 없는 적자에 두 보증보험사 모두 지급불능 목전까지 몰렸고 과점체제던 보증보험시장 자체가 붕괴 직전인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한보증보험이 한국보증보험을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서울보증보험을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1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을 털어냈다.
대규모 자금 지원에 독점적 지위까지 구축된 데 따라 서울보증보험은 IMF 외환위기 이후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2001년 6,645억원이던 원수보험료는 꾸준히 늘어 2015년 말 1조5,771억원으로 증가했다. 연간 순이익은 3,000억~5,000억원 수준. 서울보증은 매년 벌어들인 돈의 75% 안팎을 배당에 썼다.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20년 동안 총 3조4,356억원의 공적자금을 배당으로 회수했다. 그러나 비상장사인 탓에 실적개선에도 불구하고 지분가치가 크게 상승하지는 못했다. 우리은행처럼 주가변동에 따라 소수지분을 매각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금융당국이 서울보증보험의 상장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적자금 회수 측면에서만 보면 정부는 독점적 지위를 유지한 채 상장 후 지분매각 작업을 진행하는 게 유리하다. 서울보증의 경영권 매각 시 시장경쟁 정도가 프리미엄의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에 특히 민감한 보증보험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쉽사리 시장을 개방해 경쟁이 치열해지면 자칫 몇몇 기업의 도산으로 보험사가 위기에 직면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증보험시장은 개방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선 정부 입장에서 특정 주체에 독점적 지위를 주는 것은 부담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아직 보증보험시장 개방 여부와 관련해서는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지는 않았다”면서도 “공적자금 이슈를 제외하고 시장 관점에서만 보면 독점적 지위를 유지시킬 유인은 크지 않고 실제로 해외에서도 독점 형태의 보증보험시장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에 업계를 중심으로 독점의 폐해도 지적돼왔다. 신용보증 분야에서 플레이어가 서울보증밖에 없다 보니 보험료 인하 유인이 없을뿐더러 소비자 관점에서 볼 때 접근성도 낮다는 것이다. 결국 그동안 정부가 유지해왔던 전업주의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전업사 설립을 유도할지, 혹은 손해보험사들을 중심으로 보증보험 분야별 인가에 나설지에 대한 판단이 문제다.
시장에서는 독점 체제가 깨진다 하더라도 서울보증보험 민영화 작업은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증보험 수요가 탄탄한 상황에서 제한적 개방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경기에 민감한 부분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증보험의 수익성이 좋아 보험사 입장에서는 기회만 되면 뛰어들겠다는 입장”이라며 “새로운 인가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신용보험과 관련해 충분한 노하우가 있는 서울보증에 눈독을 들이는 보험사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남은 7조원가량의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여부다. 2015년 현재 순자산 기준으로 서울보증보험의 주당 가치는 10만4,701원으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서울보증보험 지분(93.85%)의 가치는 3조4,304억원어치다. 지분을 전량 매각한다고 하더라도 투입한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하려면 주당 순자산 가치보다 매각가가 두 배 이상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보증보험시장의 개방 정도를 어느 수준으로 할지는 물론 상장 시 시장평가 전망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한 지분매각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을 어떻게 세울지 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