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증권사를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며 증권업계의 2차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중소형증권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으로 뛰쳐나오며 2차 증권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006800)·KB증권 등 대형증권사의 M&A가 초대형 투자은행(IB)을 탄생시켰다면 중소형증권사의 M&A는 경쟁력을 가진 부문 간 통합으로 새로운 전문증권사의 영역을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SK증권 매각은 증권업계 구조조정의 촉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계열에 손발이 묶였던 중소형증권사가 M&A로 좀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영업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중소형증권사는 자본력에 기반을 둔 사업을 줄이고 인적자원 중심의 특화된 사업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매물로 나오는 증권사들이 인적자원 중심의 사업모델 개발에 적합하다는 공통점을 가졌다고 입을 모은다.
SK증권은 지분 10%만 인수하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어 가격부담이 적고 채권자본시장(DCM)에서 경쟁력을 가져 매물로서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K증권은 DCM시장에서 지난해 2조1,915억원의 자산유동화채무증권 거래를 주관해 2위를 차지했다. 사모투자펀드(PEF) 관계자는 “인수 후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확대할 수 있어 증권업 진출을 고려하는 일반기업의 관심도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K증권은 SK브랜드 효과로 DCM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며 “여러 DCM 딜의 경험이 쌓여 맨파워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몸집은 작지만 지난해 PEF로 인수된 리딩투자증권과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 등도 비슷한 사례다. 리딩투자증권은 경영진이 PEF에 참여한 CKK파트너스가 인수했고 LIG투자증권도 케이프인베스트먼트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리딩투자증권은 해외 투자에 강하다는 장점을 가졌고 LIG투자증권은 DCM에 특화된 만큼 새 주인들에게 기회를 줬다는 평가다.
SK증권의 매각이 그동안 머뭇거려온 대기업 계열 증권사 M&A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지난 2015년 매각 성사를 낮게 봤던 대우증권의 경우 KB금융(105560)지주와 한국금융지주(071050)·미래에셋증권 등이 맞붙으며 매각 흥행에 성공했고 대우증권 매각 직후 다시 시장에 나왔던 현대증권도 인수후보자를 찾기 힘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1조원 넘는 가격에 팔리기도 했다.
이런 배경으로 지난해 매각이 좌초됐던 현대중공업 계열인 하이투자증권(A030010)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최대주주인 현대미포조선은 최근 공시에서 “하이투자증권 지분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지난해 하반기 중 진행했다”며 “국내외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투자 마케팅 등 본입찰을 위한 사전준비 단계로 본입찰과 주식매매 계약을 올해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이 7,000억원에 가깝다는 점에서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KB증권 등이 다시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초대형IB 출범에 대한 지원책이 자기자본 4조원대를 만들려는 대형증권사들의 M&A 시장 참여 의지를 다시 불태우게 한다.
5년여 동안 인수후보자를 찾지 못했던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재무적투자자(FI)들과 맺은 풋옵션 만기가 오는 7월로 임박해 매각을 서두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지배구조와 노사갈등이 번번이 매각의 발목을 잡았던 골든브릿지투자증권도 해외 투자가를 대상으로 투자의향서를 보내 매각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13년 말 62개(외국계 포함)까지 늘어났던 증권사가 중소형증권사의 M&A 이후 50개 아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대형증권사의 M&A가 일단락되고 중소형증권사가 매물로 나오는 만큼 다양한 구조의 M&A 기법을 활용한 인수 후보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