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미루다간 쇄신 차질"…올 경영 목표 달성 고삐

현대차그룹 이르면 오늘 임원 인사
실적 부진에 임직원 위기의식 고조
수익성 개선 및 R&D 강화에 초점
외부 우수 인재 영입도 확대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본사 사옥 전경
현대자동차그룹이 6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인사를 더 미룰 경우 조직 분위기 쇄신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임원인사를 실시했지만 올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한 달 이상 미뤄졌다. 지난해 실적 악화로 임원 연봉을 10% 자진 삭감하고 과장급 이상 간부들의 임금을 동결하는 등 비상경영에 나선 상황에서 인사를 통해 올해 경영목표 달성의 고삐를 바짝 죄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원인사에서 승진자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실적부진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788만대에 그쳐 당초 목표였던 813만대를 크게 밑돌았다. 주력 계열사의 판매부진은 현대모비스 등 다른 계열사의 실적하락으로 이어졌다. 올해 역시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하지만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판매 목표를 820만대로 올려 잡고 실적 개선에 전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 임원인사는 수익성 개선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0%대였던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5.5%로 반토막 났다. 기아차도 지난해 4.7%로 떨어졌다. 수익성 강화의 핵심은 제네시스 조직 강화다. 제네시스는 현대차보다 차 가격이 비교적 높다. 연구개발(R&D) 비용이 많이 들지만 한번 투자하면 많은 이익이 돌아온다. 현대차에서 경험 많고 유능한 임원들 다수가 제네시스 브랜드로 자리를 옮겨 독자적인 상품기획과 R&D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R&D 역량 강화와 외부인재 영입 확대 등 기존 임원인사 트렌드도 그대로 이어진다. R&D 역량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본부 내에 산재한 선행기술 부문을 별도 조직으로 만들어 본사 직속으로 배속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전기차와 수소차·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3~4년 후를 내다보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자동차의 핵심인 엔진과 변속기를 비롯해 커넥티드카 기술 등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본사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꾸준히 R&D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과거 선행개발센터장을 지낸 권문식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부회장)이 관련 조직을 이끌 것이라는 구체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외부인재 영입도 뒤따른다. 올 임원인사에서 깜짝 발탁인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대·기아차는 전통적으로 내부 인재를 육성해 경쟁력을 높여왔다. 하지만 최근 디자인과 고성능차 개발 분야에서 해외 인재를 영입해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최근 몇 년 새 외부인재 영입에 적극적이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담당 사장을 비롯해 루크 동커볼케 전무(벤틀리),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전무(람보르기니), 이상엽 상무(벤틀리), 알렉산더 셀리파노브 이사(부가티) 등이 연이어 영입돼 디자인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BMW의 고성능 브랜드 ‘M’을 개발하던 앨버트 비어만 사장도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 개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량 본연의 기술과 품질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친환경·미래차 시대로 자동차 시장이 급속도로 바뀌는 상황에서 올해가 현대차그룹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행경·강도원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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