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가 국내 전자담배 시장에 진출한다. 글로벌 담배업체 외에 KT&G(033780)도 전자담배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어 전자담배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필립모리스는 조만간 전자담배 브랜드 ‘아이코스’를 판매하는 전용 매장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해 8월 출시된 아이코스는 필립모리스가 10년 동안 개발비 2,000억원을 투자한 제품으로 액상 니코틴을 사용하는 기존 전자담배와 달리 전용기기를 통해 담배를 찌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가격대가 기존 담배와 비슷 하지만 일본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최근 본체 기준 누적 판매량 200만 개를 넘어서는 등 애연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아직 전자담배 출시 시점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이 없다”며 “다만 국내 전자담배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일본계 글로벌 담배기업 JTI가 대형 담배업체 최초로 ‘로직 프로’를 출시하고 전자담배 시장에 뛰어들었다. 액상 형태의 카트리지를 교체하는 방식을 채택한 이 제품은 편의성을 앞세워 미국과 일본 등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도권 일부 편의점을 시작으로 판매를 시작한 이후 일부 매장에서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주요 담배업체들이 잇따라 전자담배 시장에 진출하면서 KT&G와 글로벌 1위 담배업체 BAT도 전자담배 시장 공략을 위한 채비에 들어갔다.
KT&G는 지난해 하반기 전자담배 시장 진출을 위해 전담부서를 확대하고 시장 진입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영국계 담배업체 BAT도 지난달 초 57조7,000억원에 전자담배 시장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미국 레이놀즈를 인수하며 전자담배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내걸었다.
담배업체들이 전자담배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각국 정부의 규제 여파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웰스파고증권 따르면 지난 2011년 1억 9,000만달러였던 글로벌 전자담배 시장은 2013년 17억 달러로 늘었고 올해는 1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오는 2030년 시장 규모가 5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 전자담배 수입 규모도 2012년 146만달러에서 2015년 1889만달러로 매년 두자릿수 이상 성장세다. 다만 최근 우리 정부도 전자담배에 쓰이는 니코틴 유통에 대한 법규를 강화하고 경고 문구 부착을 전자담배에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정부 규제가 전자담배 확산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담배 규제로 일반 담배의 판매량이 연일 하락하면서 담배업체들이 전자담배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고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며 “전자담배를 둘러싼 규제가 가시화되는 것과 더불어 인체 유해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