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업계에 복제약(바이오시밀러) 태풍이 불고 있다. 주요 원본특허의약품(오리지널약) 처방 실적이 거의 반 토막에 이를 정도로 급감하는 틈을 타 새 복제약이 줄줄이 출시를 준비해 시장 판도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암젠의 백혈구 치료용 오리지널약인 ‘뉴포젠’은 유럽 시장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현재 유럽 점유율이 2006년 말보다 72%나 급감했다. 그럼에도 관련 치료제 시장은 123%나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원본의 빈자리를 복제약인 ‘작시오(제조사 산도스)’가 채운 탓이다.
암젠의 빈혈 치료용 오리지널약 ‘에포젠’도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에포젠의 유럽 시장 점율은 2007년 9월 말 대비 35% 감소했다. 이 와중에도 복제약품은 약진하면서 현지의 시장 규모는 해당 기간 65% 성장했다.
유럽에서는 약품 종류에 따라 원본약 처방이 최대 70%까지 줄어드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미국에서도 복제약으로 대체 처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오리지널약은 한층 더 강한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만 해도 전 세계 55개에 달한다는 점도 원본약에는 큰 위협 거리다.
덕분에 국내 복제약 업계는 미소 짓고 있다. 국내 업체 셀트리온(068270)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얀센의 자가면역질환치료용 원본약인 ‘레미케이드’를 대체할 복제약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레미케이드는 유럽에서도 곤경에 처해 있다. 지난해 6월 말 현재 이 제품의 유럽 시장 처방은 2013년 9월 말보다 8% 줄었다. 이 자리는 셀트리온의 ‘램시마’와 삼성의 ‘플락사비’가 가져갔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일찌감치 승인한 유럽의 시장 상황은 향후 전 세계 복제약 시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라며 “특허분쟁 같은 문턱이 남아 있지만 복제약이나 개량약(바이오베터)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복제약이 급부상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원본약과 약효는 동등하지만 가격은 평균 30~35%가량 낮다. 새 복제약 출시 러시가 이어지는 점도 바이오시밀러 전성시대의 기반이 되고 있다. 2013년 초만 해도 임상 중이거나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는 22개였다. 그에 비해 지난해 말에는 3배 늘어난 70개에 달했다. 특히 애브비의 블록버스터 ‘휴미라’와 이를 복제한 암젠의 ‘암제비타’, 사노피의 인슐린약 ‘란투스’를 겨냥해 일라이릴리와 베링거인겔하임이 공동으로 만든 ‘바사글라’ 등 대형 복제약 전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 중 휴미라만 해도 글로벌 매출이 141억달러(약 16조원) 수준으로 이르면 2018년, 늦으면 2020년께부터는 암제비타가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약가 인하 의지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햇살을 비추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처럼 바이오시밀러에 주력하는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는 셀트리온이 매출에서 압도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에피스의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곳도 있다. 도이치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난해 매출이 예상보다 15% 높게 나왔고 사업 포트폴리오나 투명성 측면(higher transparency)에서 셀트리온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정책에 따라 해외 의약품 승인을 까다롭게 하는 식의 장벽이 세워질 우려는 있어 우리 정부와 업계의 대비가 필요하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