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왜 계획적 녹음했냐"

고영태·이성한 등 공판 출석…崔와 설전
高 "내 회사서 내가 잘렸겠냐"
李 "재단 책임 車에 넘기라해"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가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씨 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다른 죄는 받는 대로 받는데 너무 억울해서 물어봐야겠다.” “그걸 왜 계획적으로 녹음하려 했느냐.”

‘국정농단’ 주범인 최순실씨가 재판 중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증인들과 직접 마이크를 잡고 격앙된 목소리로 설전을 벌였다. 그동안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재판을 받거나 판사로부터 발언권을 얻어도 ‘억울하다’는 입장만 밝혀온 수동적인 모습은 이날 법정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6일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서 과거 그의 측근이었던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증인으로 나섰다. 이들은 모두 미르재단과 더블루케이의 실질적인 운영자가 최씨였다는 주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들을 쏟아내며 최씨를 압박했다.

“내 회사였으면 내가 잘렸겠느냐(고영태)” “최씨가 미르재단 책임을 차은택한테 떠넘기라고 회유했다(이성한)” 등의 증언들이 나오자 안경 너머로 증인들을 쏘아보던 최씨는 검찰과 변호인 측 신문이 모두 끝난 재판 말미에 직접 발언권을 얻어 이들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지난 공판에서 최씨는 “증인에게 직접 물어볼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억울해서 물어봐야겠다”로 말문을 연 최씨는 이 전 사무총장이 자신과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데 대해 분개하며 질문을 이어나갔다.

미르재단 특혜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해 8월 고 전 이사와 함께 최씨가 한강 반포주차장 내 차 안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이 전 사무총장이 녹음한 것을 두고 “고씨가 분명히 전화기 다 걷어서 자기 차에 갖다놓고 오겠다 했는데 누구 걸로 녹음했느냐”고 이 전 사무총장에게 따지듯 물었다. 이 전 사무총장이 “전화기 말고 주머니에 녹음기가 하나 있었다”고 답하자 최씨는 “계획적으로 갖고 온 것이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 고씨에게는 ‘신용불량자’ ‘마약 전과자’ 등과 같은 말을 언급하며 변호인단과 함께 고씨 흠집 내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고씨는 ‘최씨와의 불륜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됐다’는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주장에 대해 “과연 그게 국가 원수의 변호인단이 할 말인지 한심할 따름”이라며 일축했다.

/노현섭·박우인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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