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MF도 기업구조조정 속도 내라고 충고하는데

한국의 기업 구조조정 속도가 기대보다 느려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IMF는 6일 한국의 기업 부문이 전반적으로는 건전하지만 조선과 해운·철강 등 일부 업종의 한계기업들의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얼마 전에도 한국이 일본식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지적했던 IMF는 이제 세계가 한국의 산업정책과 미래 경쟁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IMF의 충고는 한국 경제의 최대 취약점인 구조조정의 한계를 꼭 집어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일본이 한국보다 앞서 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수익성과 경쟁력을 회복했다는 대목은 뼈아픈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매번 주장해왔듯 기업 구조조정의 요체는 속도와 실행력이다. 그런데도 당국과 금융권의 보신주의에다 국정 공백까지 겹쳐 구조조정 작업이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게다가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이 2014년의 159곳에서 2015년 229곳으로 오히려 급증해 뒷감당할 자신은 있는지 묻고 싶다. 보고서는 구조조정이 성과를 내자면 자본시장의 역할을 키우고 자발적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는데 이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IMF는 33개 선진국 사례를 분석했더니 구조조정이 1년의 시차를 두고 경제 성장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런데도 정치권에서는 표심을 의식해 구조조정이라는 말조차 입에 올리기를 꺼리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앞다퉈 구조조정의 한파가 몰아친 거제를 찾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기는커녕 ‘정의로운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며 정치 선전장으로 삼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진정 나라 경제의 미래와 일자리를 생각한다면 뒤늦은 구조조정의 발목이나 잡지 말라는 IMF의 경고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