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심화에 흔들리는 통화정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OECD국가 20년 통계실증분석
"실물경제 파급효과 떨어진다.. 정책역할 재정립해야”



전체 인구에서 고령화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15% 이상인 국가에서는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 고령사회(65세 이상 노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14%)에 진입하는 만큼 통화정책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윤덕룡 선임연구위원과 이동은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7일 ‘고령화 시대 주요국 금융시장 구조변화 분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1995년부터 2014년까지 20년 동안 실물경제 지표를 실증 분석했다.

고령화 비중이 15.4% 이하인 국가에서는 이자율 상승 충격이 가계 지출 축소, 주가 하락, 가계부채 감소로 이어졌다. 반면 고령화 비중이 이보다 높은 국가에서는 가계지출과 주가, 가계부채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그동안 통화정책이 상정해왔던 금융시장을 통한 실물경제로의 파급경로가 효과를 잃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고령화가 진행되면 디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해 이자율에 따른 소비지출 변동, 자산시장 투자액 및 부채 조정 등의 여지가 줄어든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수년 안에 통화정책 효과가 변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엔(UN)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전체의 14%를 넘어서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재정정책이 필요할 경우 적절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재정 건전성 수준을 잘 관리해야 한다”며 “정책금리를 중심으로 한 통화정책보다 더 빠르고 폭이 넓은 단기이자율 조정의 유효성이 클 수 있어 통화정책 시행방식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또 고령화 문제가 기본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출산율 제고, 적극적인 이민 수용 정책, 노동시장 개혁 등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노령층 소득보전을 위한 연금형 금융상품의 도입 및 시행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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