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국조특위 청문회장에 출석한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호재 기자
정동구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재단 운영을 위해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다 최 씨의 반대에 막혀 고문으로 발령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직접 고문을 맡으라고 정 전 이사장에게 권했다는 내용이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7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정 전 이사장의 퇴임 경위를 이같이 설명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정동구 전 이사장은 자기가 아는 사람을 직원으로 선임하거나 아는 업자와 계약하려다 최순실 눈밖에 났다고 하던데 맞느냐”라는 국회 측 대리인단의 질문을 받고 “제가 아는 것과는 조금 다른 거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정 전 이사장이 업무에 대한 의욕이 굉장히 강했는데 사업에 대한 각종 아이디어를 내서 이를 최순실에게 전달하니 ‘이건 이렇게 하면 안되는데’라고 했다”며 “이후로도 중간에서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아 (최 씨에게) 직접 정 이사장과 커뮤니케이션 해보라 권했다”고 했다. “이후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을 보내 정동구 K스포츠 이사장과 면담했고, 다시 며칠 후 안종범 수석이 정동구 이사장을 만났다”며 “당시 본인은 그 자리에 출석하지 않았지만 (정 전 이사장의 말로는) 안 전 수석이 ‘이사장님은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지신 분이고, 우리는 여러가지 일들을 해야하고 하니 고문으로 일해주면 어떻겠냐’고 말했다고 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정동구 이사장이 그만뒀다”고 진술했다.
이는 정동구 전 이사장이 “이사장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이 없어서 금방 떠났다”고 한 발언과 맥이 닿는 부분이다. 고영태 전 블루K이사가 지난 6일 최순실씨의 형사재판에서 “정동구 전 이사장과 정현식 전 사무총장 역시 최 씨에게 밉보여 재단을 나가게 됐다”고 한 진술과도 궤를 같이 한다.
당시 정동구 이사장이 퇴임한 이후 새로 부임한 K스포츠재단의 이사장은 정동춘 씨다. 정 전 사무총장은 국회 측 변호인이 “정동춘 2대 이사장을 최순실씨가 정한것 같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우리 회장님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느냐고 직접 물어봤다”며 “자기가 일하던 곳에 찾아온 고객이었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진술에서 자신이 면접을 보거나 업무 배치를 받는 등 K스포츠 재단 합류 과정과 이사진의 연봉 결정 등 업무 추진 과정에서 최순실씨가 먼저 이야기한 내용을 안 전 수석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로 다시 지시하는 경우가 반복됐다고 진술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또 “안종범 수석에게 가이드라인을 주는 여자가 한 명 있는 데 혹시 윗분과 같은 의도인지 확인할 수 있냐는 취지로 안 전 수석에게 물어봤다”며 “안 전 수석은 그런 일이 있으면 이야기 하라고 답했다”고 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윗분은 대통령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흥록·이두형기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