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특별사법경찰이 요양병원에서 배출한 종량제쓰레기봉투의 내용물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서울 금천구 A 요양병원은 간병인에게 배설물이 많이 묻은 기저귀만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종량제 봉투에 넣어 불법 배출했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이 단속에 나서자 종량제 봉투를 외부인 출입통제 지역에 넣고 자물쇠로 잠갔지만 결국 들통이 났다. 이 병원은 적발 전에는 의료폐기물이 월 72㎏ 밖에 나오지 않다가, 적발 뒤에는 월 3,940㎏이나 배출했다. 적발되기 직전까지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양의 기저귀를 일반 쓰레기처럼 불법 처리해왔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A 요양병원처럼 의료폐기물로 분류되는 분변 묻은 일회용 기저귀 등을 일반 생활쓰레기처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린 노인요양병원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특별사법경찰은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10곳을 형사입건하고 나머지 3곳에 대해서는 관할 구청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고 7일 밝혔다.
의료폐기물은 의료기관 등에서 나오는 폐기물 가운데 인체에 감염 우려가 있는 것으로, 배출자가 스스로 처리하거나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은 사람에게 위탁해야 한다. 의료기관에서 진찰·치료·검사 등으로 발생한 혈액·체액·분비물·배설물이 묻은 탈지면, 붕대, 거즈, 일회용 기저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적법하게 처리할 때는 20㎏에 2만원이 들지만, 종량제 봉투에 담아 불법으로 배출하면 1,250원이면 돼 ‘비용 절약’을 이유로 암암리에 불법적으로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는 의료기관이 많았다.
노원구의 한 요양병원의 경우 일회용 기저귀 여러 개를 봉지에 넣은 뒤 다시 종량제 봉투에 넣는 방법으로 불법 배출하다 적발됐다. 관악구의 한 의원은 의료폐기물이 담긴 종량제 봉투를 세탁기에 넣어두고 단속을 피하려다 특사경에 덜미가 잡혔다.
특사경은 이처럼 의료폐기물을 불법 처리한 병·의원 9곳, 의료폐기물 처리계획 확인을 받지 않은 폐기물을 수집·운반한 업체 1곳, 폐기물 보관기준을 어긴 3곳을 적발했다.
특사경은 “이번에 적발된 13곳에서 불법으로 처리한 의료폐기물은 157톤에 이른다”며 “흩날림과 유출 등으로 감염 위험성이 있어 배출, 보관, 수집·운반, 처리 등 전 과정에서 엄격하게 관리돼야 했다”고 설명했다.
특사경은 폐기물을 관리하는 인터넷망인 ‘올바로시스템’으로 처리 과정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동물병원·연구소 등으로까지 수사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