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결정적 위기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이 남편인 조수호 전 회장의 사망으로 경영권을 넘겨받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호황을 보이던 업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오판하고 경영진이 높은 용선료로 10년 이상 장기계약을 맺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한진해운은 해가 지나면서 시장 가격보다 높은 용선료를 지불하느라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진해운은 별다른 대안 없이 속수무책이었고 부채비율 1,000%를 넘기며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최은영 회장도 지난해 9월 국회 청문회에서 자신의 경영 미숙을 인정하며 “책임을 통감한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한진해운 파산 책임을 오너 일가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정부는 한진그룹이 물류난에 책임을 직접 져야 한다며 ‘원칙’을 고수하고 나섰다. 채권은행들도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을 거부했다. 물류대란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자 정부는 뒤늦게 6조5,000억의 선박펀드 조성 등 뒷북 정책을 내놓았지만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전문가들은 한진해운의 파산이 가져오는 피해 규모가 약 20조원이 넘어설 것이라고 추정한다. 하지만 관련 종사자의 실직이나 국가 기간 산업망인 물류가 망가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아직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만일 준비된 총수가 경영권을 넘겨받았고, 사태 발생 뒤 사재출연 등을 통해 더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정부 관료들이 복지부동으로 일관하지 않았다면, 한진해운의 40년 신화는 아직도 건재하지 않았을까.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